사상 최악의 폭염 장기화로 농산물 대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금까지 여의도 면적(290ha)의 3.5배에 이르는 1천16.9ha(헥타르·1㏊=1만㎡)의 농지에서 햇볕데임(일소) 현상이 발생했다. 6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15개 시·도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는 총 453만409마리로 집계됐다. 예년보다 열흘 가량 빠른 추석 물가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어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폭염에 의한 농작물 피해상황을 보면 사과·포도·단감·복숭아·자두·배 등 과수밭 513.5ha에서 과수 잎이 마르거나 열매가 강한 햇살에 오래 노출돼 표피가 변색하고 썩었다. 고추·수박·무·배추 등 채소밭 175.3ha, 인삼·깨·오미자 등 특작물 재배지 256.2ha, 콩·생강·옥수수 등 전작밭 71.9ha에서도 생육 장애가 나타나 올해 농사를 망쳤다.

정확하진 않지만 농작물의 경우 적어도 예년보다 10~20%의 수확 감소가 예상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가축의 경우 축종별로는 닭이 425만7천68마리(93.9%)로 가장 많이 폐사했다. 오리 20만9천18마리, 메추리 4만6천마리, 돼지 1만7천819마리, 관상조 500마리, 소 4마리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이는 지난해 여름 이맘때의 289만5천마리보다 무려 56.5%가 늘어난 피해규모다. 가축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북의 축산농가에서만 1만1천412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지난달 11일 이후 28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진 경북지역 18개 시·군에서 과수 491.1㏊, 채소 81.6㏊ 등 농작물 602.9㏊가 고사하거나 햇볕데임 증상이 나타나 수확이 어려워졌다. 도내 22개 시·군 402개 농가에서 돼지 5천700여마리, 닭·오리 48만5천100여마리 등 49만900여 마리가 폐사했다. 포항과 영덕·울진·경주 등 4개 지역 양식장 21곳에서는 어류 14만3천여 마리가 고수온으로 죽어나갔다.

폭염으로 인한 물가상승이 추석 제사상 물가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면서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도매가격이 한 달 전과 비교해 128%나 폭등했으며 상추는 59%, 무는 63% 치솟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작년보다 사과는 14%, 배는 20%, 복숭아는 10% 가량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해 상품가격 추가인상을 예고했다. 만성적인 경기침체 속에 시름이 깊은 서민들에게 사상최악의 폭염은 절체절명의 재난이다.

명절물가까지 한걱정거리로 등장하지 않도록 비상한 관심으로 감시와 관리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잠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