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의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민·관·군 합동 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사고는 군 당국이 야심찬 계획을 갖고 지난 1월 도입한 해병대 기동헬기의 사고란 점에서 사고원인에 대한 관심이 처음부터 주목을 끌었다. 특히 사고 헬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국산 기동 헬기인 수리온을 개조한 것으로 이번 사고 원인이 수리온의 불안정성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수리온은 6년동안 약 1조3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자주국방용 전투용 헬기다. 2012년 첫 실전 배치됐으나 곳곳에서 결함투성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2015년 1월과 2월 수리온 두 대가 엔진 과속 후 갑자기 멈추면서 비상 착륙했고, 같은 해 12월엔 같은 결함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7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수리온이 전투용은 커녕 헬기로서 비행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어쩌면 수리온의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전력화를 추진했던 것이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보다 철저한 원인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사고로 영관급 장교를 포함 5명의 장병이 숨졌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자식이나 형제 등을 잃은 유족들의 안타까운 심정이야 무어라 말할 수 있겠으나 그들의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사건의 원인 규명에 보다 철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유족들도 이러한 정황을 알고 사고원인의 우선 규명을 요구하며 장례식 절차를 거부한 바 있다. 유족들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장례를 치르고 싶지만 그러면 정부가 이 사건을 묻을까봐 그럴 수 없었다”고 당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사고 직후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 가족에게 드리는 글에서 “사고의 원인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이 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가 미심쩍은 구석이 없지 않으나 유족의 요구가 반영된 만큼 조사위의 활동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

사고원인이 철저히 규명돼야 하는 데는 희생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는 데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희생자에 대한 국가적 예우가 세월호 희생자보다 못하다는 비아냥이 나돌아서야 될 일은 아니다. 원인 규명을 통해 국가가 희생자의 명예를 지켰다는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또 사고원인을 철저히 파헤쳐 제2사고가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사원은 수리온 개발과정에서 항공우주산업이 원가계산을 허위로 작성해 547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행여 빙산비리가 원인이 됐는지도 알 수 없다. 합동조사위의 사고 원인 규명에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