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귀 희

망종, 망종

마지막 종소리 같다

보리 베기 후

볍씨 뿌릴 즈음 세상 떠난 사람

평소 불던 색소폰 소리

들길 자욱이 깔리는데

노심초사 아내 병수발 후

먼저 세상 떠난 예순 여덟

구름 흘러가는 언덕 위

성도(聖徒) 이름표 달고 몸 뉘었다

‘하늘가는 밝은 길’ 연주 따라

청미래덩굴 사이로 손 흔들며

노을 너머 메아리처럼

울려오는 종소리

망, 종, 망, 종

망종(芒種)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로 보리를 베고 난 뒤 씨앗 뿌리기 좋은 때를 일컫는 말이지만 세상을 등진 고인을 위해 울리는 마지막 종소리 같다고 말하는 시인은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로 쓴 말이다. 어쩌면 이승에서의 한 생을 타작하고 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위해 씨를 뿌리는 것이리라. ‘망종’, ‘망종’ 되뇌이며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