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싸이 흠뻑쇼-서머 스웨그’
2만5천 관객들 열대야 잊고 열광
타이거JK·성시경 등 게스트 출격

폭염도 ‘공연의 신’ 싸이(본명 박재상·41)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7.8도까지 치솟은 지난 3일, ‘2018 싸이 흠뻑쇼-서머 스웨그’(SUMMER SWAG)에 모인 2만5천 관객은 더위를 느낄 새 없이 뛰고 춤추고 노래하며 여름을 즐겼다.

이날 오후 6시 42분 싸이는 “날씨가, 날씨가, 날씨가 끝내준다”라고 소리치며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 위풍당당하게 등장했다.

관객들이 목청껏 내지르는 환호를 받은 그는 “데뷔 18주년을 맞이한 가수, 이 날씨에 이런 기획을 한 이색적인 가수, 그 많은 수식어를 뒤로한 채 콘서트만 하면 돌아버리는 딴따라 싸이”라고 허리 굽혀 인사했다.

이어 히트곡 ‘라이트 나우’(Right Now), ‘챔피언’, ‘연예인’, ‘내 눈에는’, ‘새’, ‘예술이야’, ‘오늘 밤 새’, ‘어땠을까’, ‘흔들어주세요’를 쉴 새 없이 내달렸다.

특히 데뷔곡인 ‘새’ 무대에선 풋풋했던 20대 싸이의 모습이 전광판에 등장해 모두를추억에 잠기게 했다.

관객들은 ‘흠뻑쇼’라는 공연 타이틀처럼 사방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즐거운비명을 질러댔다. 차가운 물줄기가 잠시라도 멈추면 “물 더 줘!”를 외치며 한여름 밤 도심 속 피서를 즐겼다.

그때 깜짝 게스트로 타이거JK와 윤미래, 비지가 등장했다. 힙합그룹 MFBTY로 함께 활동하는 이들은 ‘하나하면 너와 나’, ‘난 널 원해’ 등을 불러 색다른 재미를 줬다. 타이거JK는 “윤미래의 첫 번째 콘서트를 성사시켜 준 게 싸이”라며 우정을 과시했다.

싸이는 행복해하는 관객들을 보며 벅찬 표정이었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거대한 무대를 질주했다.

그는 ‘아이 러브 잇’(I LUV IT), ‘젠틀맨’, 2014년 세상을 떠난 고(故) 신해철에게 헌정한 노래 ‘드림’(DREAM), ‘대디’(DADDY), ‘뉴 페이스’(NEW FACE), ‘나팔바지’, ‘아버지’를 부르며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두 번째 게스트로 나선 성시경은 히트곡 ‘뜨거운 안녕’, ‘거리에서’를 불렀다.

이어 신곡 ‘영원’을 부르려던 중 음향 문제가 생기자 반주 없이 감미로운 발라드를 선사했다. 그는 쑥스러운 듯 “물을 뿌리니까 다들 좋아하시네요. 저도 다음엔 한 번이런 공연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공연이 후반부로 갈수록 춤사위는 격렬해졌다. 글로벌 스타의 히트곡 리스트는 끝이 없었다. 그를 ‘월드스타’로 만든 노래 ‘강남스타일’을 부를 땐 모두가 ‘말춤’을 추며 하나가 됐다. 이 노래를 끝으로도 싸이는 ‘낙원’,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을 열창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발매했던 ‘위 아 더 원’을 부를 땐전광판의 태극기를 배경으로 “요즘 같은 시국에 더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외쳤다.

수천 발의 폭죽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축제의 밤을 밝혔다.

앙코르 무대는 알찼다. 가성비(가격 대비 공연시간) 좋기로 유명한 공연다웠다.

오후 9시 13분 본무대가 끝난 뒤 사실상 두 번째 콘서트가 시작됐다. 관객들은 DJ DOC, 클론의 1990년대 인기곡을 목 놓아 떼창하며 가수의 열정에 화답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의 연령대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한 노부부는 카메라에 잡히자 손가락으로 ‘70세’라고 밝힌 뒤 입맞춤해 박수를 받았다. 또 마크 리퍼트전 주한미국대사가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달 21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시작한 이 공연은 오는 11일 대전 월드컵경기장, 18일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25일 광주 월드컵경기장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