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의 콧구멍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내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공개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5년 미국의 해양학자들이 코스타리카 해안지역을 탐사하던 중 콧구멍에 이물질이 끼여 호흡곤란을 겪는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이들이 바다거북 콧구멍에서 빼낸 것은 길고 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였다. 바다거북이 이 빨대로 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후 플라스틱 공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지구촌 곳곳에서 높아졌다.

미국에서는 하루에 5억 개가 넘는 플라스틱 빨대가 사용된다고 한다. 플라스틱 공해를 줄이기 위해 시애틀 등 미국의 일부도시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다. 뉴욕시의회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나 금속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우리나라도 일회용품 사용규제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높아졌으나 아직은 일반화되기에는 요원한 분위기다. 환경부가 환경보호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 푸드점 내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규제 단속에 나섰다. 3개월의 계몽기간을 거쳐 실시되는 이번 단속에서는 위반사실이 적발된 업소는 적게는 5만원 많게는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당국의 단속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소비자들의 홍보 및 인식부족으로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어 실효성에서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국의 단속방법으로는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들고 있는 손님에게 머그잔 사용을 권유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고작이다. 손님이 매장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일회용 컵을 요구하고서는 매장 안에서 마신다면 어쩔 방법이 없다.

애초부터 행정단속이라는 것이 탁상공론식 방법에 치우친 느낌이 많다. 소비자에 대한 계몽보다는 업소에 대한 단속에 무게를 두면서 현장에서의 적발이 실효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되레 업소 측으로서는 부담만 늘어났다는 반응이다. 바쁜 타임에 머그잔을 씻어야 하고 설거지할 공간조차 마땅찮아 이래저래 불편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행정 당국의 입장도 수많은 업소를 일일이 찾아 돌아다닐 인력도 부족한 데다 소비자와의 대면 확인도 쉽지 않아 좀 더 실효적인 방법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소비자 스스로가 플라스틱 공해에 대한 인식을 공감하고 동참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빨대가 26억 개나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비닐봉투는 1인당 사용량이 연평균 420개에 달해 핀란드의 100배에 이른다. 우리 국민 스스로도 플라스틱 등 일회용 제품 의존도가 지나치다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당국은 단순한 규제보다는 국민들의 인식에 더 자극을 줄 전략적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활 패턴을 바꿀 지혜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