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완전해석’ (상)

장치청 지음·판미동 펴냄
인문, 3만원

“핵심을 아는 대가는 어려운 원리도 쉽게 푸는 힘이 있다”

중국의 3대 석학 중 한 명인 장치청의‘주역 완전해석’(상)(판미동)이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주역’이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전문가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돼 왔고, 또 그 과정에서 역학이 풍성하게 발전할 수 있었지만, 그러함에도 어떤 방법으로 해석을 하든지 원래의 뜻은 결코 변형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학계에 통용되는 정통 판본인 ‘주역정의(周易正義)’를 원전 해석의 근거로 삼았으며, 이정조의 ‘주역집해(周易集解)’, 정이의 ‘이천역전(伊川易傳)’, 주희의 ‘주역본의(周易本義)’ 등 역사적으로 저명한 ‘주역’ 학자들의 해석을 폭넓게 소개해 독자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게끔 돕는다. 형훈과 성훈 등 고대의 한자를 해석하는 법을 총동원해 ‘주역’의 본의에 충실히 다가가는 한편, TV에서 선보인 강연의 경험을 살려 이를 좀 더 쉽고 명쾌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지난 30년간 ‘주역’을 삶에 활용해 실천하는 가운데 얻은 깨달음들을 소개해 변화에 대응하는 원리, 길함을 따르고 화를 피해 가는 지혜를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또한 저자 본인이 개발한 독창적인 개념인 ‘입정관상법(入靜觀象法)’을 이 책에서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문명’ ‘문화’ ‘인문’이라는 말은 모두 ‘주역’에서 유래했다. 비괘(賁卦)의 ‘단전’에서는 “(강유교착) 천문야. 문명이지 인문야. 관호천문이찰시변 관호인문이화성천하[(剛柔交錯) 天文也. 文明以止 人文也. 觀乎天文以察時變 觀乎人文以化成天下.]”라는 말이 나온다.(상권 p.542~544) 이는 “(강유가 뒤섞이는 것) 이것이 천문이고, 문명으로서 그치게 하니 이것이 인문이다. 천문을 관찰하여 사시의 변화를 살피고, 인문을 관찰하여 천하를 교화하여 이룬다”는 뜻이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뒤섞이는 것이 하늘의 문채(文彩) 즉 ‘천문(天文)’이라면, 인간 사이에서 밝고 맑은 마음이 있어서 예의에 머무르는 것이 곧 ‘인문(人文)’이라는 말이다. 또한 태괘(泰卦)의 “위아래가 사귀어 그 뜻이 같아진다.(上下交而其志同也.)”(상권 p.393)에서 ‘뜻의 방향이 같은 무리’라는 뜻의 ‘동지(同志)’라는 말이 유래했고, 혁괘와 정괘에서 옛것을 뜯어고쳐 솥을 새것으로 바꾼다는 뜻의 ‘혁고정신(革故鼎新)’(하권 p.250)이라는 성어도 주역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처럼 주역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사유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정치, 윤리, 종교, 문학, 예술, 경제, 군사, 전통 천문학, 수학, 역법, 음률, 의학, 농사학, 화학, 물리학 등의 분야에 두루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주역에 녹아 있는 만물에 대한 통찰, 이성적 사유와 삶의 경험, 위기의식이 담긴 인생의 지혜 등은 동양철학 사상과 문화의 원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저자는 ‘주역’은 “인류 문화 역사의 중심축이 되는 시기인 기원전 500년경, 부호와 문자 시스템이 어우러져 탄생한 역작”이자 “중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유가와 도가 학파에서 동시에 추앙 받는 경전” “중국 과학의 역사에서 유일하게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생명과학 분야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이라며 그 의의를 설명한다. 또한 30년간 쌓아 온 유 · 불 · 선을 아우르는 지식과 깨달음을 통해 ‘주역’의 핵심을 통찰하며, 역사 속의 사건과 오늘날의 사례를 접목하고 그것을 ‘주역’ 큰 뜻에 비춰 풀이해 고전의 가르침을 현재의 생생한 지혜로 되살린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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