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22조 원대 영국 원전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한 사태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거친 논쟁에 돌입했다. 자유한국당이 이 사태의 원인을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며 맹공을 퍼붓자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전형적인 발목잡기’라고 반박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원전수출시장 경고등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빚고 있는 또 하나의 심각한 ‘뒤탈’ 참사가 아닌지 면밀히 살펴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을 통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영국의 22조 원의 원전수주를 어렵게 했다”면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원전수출포럼과 한국당 탈원전대응특위 소속 의원 30여 명도 보도자료를 내고 “자기는 위험하다고 쓰지 않는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도덕적,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고 허무맹랑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즉각 반박논평을 내고 “우선협상자 지위 해지는 영국정부와 일본 도시바의 새로운 수익모델 도입 및 리스크 경감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 대변인은 이어서 “영국 원전은 많게는 20조 원이 들어가는 사업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변했다.

문재인정권의 성급한 탈원전 정책이 빚어내고 있는 부작용은 한둘이 아니다. 가깝게는 국익을 위해서 기피시설인 원전건설을 적극 유치한 동해안 지역민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가까스로 이룩해놓은 한국 원전기술이 세계시장에서 배척당하는 빌미도 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공인 받은 APR1400형, 이보다 더 뛰어난 APR+형 원자로 등 60년간의 한국형 원자력 기술노하우가 망라된 첨단 원전이 빛을 보기도 전에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앞으로 닥칠 문제점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년 1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오던 한국전력이 탈원전 이후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연이어 1천200억 원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전 사장이 ‘콩과 두부’가 어쩌고 하면서 전기료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판이다. 태양광 대체에너지를 개발한다면서 쏟아 붓는 엄청난 국고 부담과 지역사회의 불협화음 등 부상된 난제들 또한 즐비하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때에 맞지 않고, 후속대안이 완벽하게 마련되지 않은 정책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우리는 머지않아 섣부른 정권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마치 홍수가 난 다리기둥 부여잡고 버티다가 익사하고 만 미생(尾生) 꼴 나게 생겼다. 진정 나라를 위해서라면 비현실적인 공약은 과감히 철회 또는 수정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