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선생님, 너무 재밌어요.” “뭐가 그렇게 재밌니?” “수학수업도 재밌고요, 로봇 수업도 재밌고요, 드론 수업은 더 재밌어요. 저는 이 학교에 꼭 올 거예요.”

영천 신령면이 ‘40.3℃’로 전국 최고 온도를 경신할 때 그 옆 지역인 영천시 화북면 산자연중학교에서는 2학기 전학생과 내년 신입생 선발을 위한 2018 여름 진학 캠프가 열렸다. 전국 단위 모집 학교라 캠프 참가 학생들도 서울을 비롯하여 세종, 울산, 부산 등 전국에서 왔다.

해마다 진행되는 캠프이지만 올해는 유독 캠프 접수 마감이 빨랐다. 마감 시기는 매년 빨라지고 있고, 학생들의 주소지도 더 다양해지고 있다. 산자연중학교 입장에서 보면 정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교육계 전체를 놓고 보면 결코 반가워 할 일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진학 캠프를 신청한 사연을 들어보면 교육 붕괴를 더 절감하기 때문이다.

“선생님, 우리 아이는 공부는 필요 없어요. 단 몇 분만이라도 학교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캠프 참가 학부모님들과의 면담 내용 중 빠지지 않는 내용이다. 이 말 다음에는 반드시 다음의 이야기가 자동으로 나온다. “공부 잘 하는 아이만 학생인가요? 우리 애처럼 생각이 자유로운 애들은 학생도 아닌가요? 애가 자든 말든 학교에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요. 그리고 애가 뭔가를 좀 해보려 해도 기회조차 주지 않아요. 수행평가는 공부 잘 하는 아이는 늘 만점이고, 기를 쓰고 죽도록 해도 우리 애는 늘 감점이에요. 그래서 아이가 수업을 포기 했습니다. 그런 아이를 학교에서는 그냥 내버려 둡니다. 다른 아이에게 방해만 하지 말라고 한답니다. 학교가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아프게도 이보다 더 심한 이야기도 많이 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학부모님들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시작하는 캠프이다 보니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준비를 한다고는 하지만 늘 부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미 한번 학교에서 상처를 받은 학생과 학부모이기에 더 조심스럽다.

필자는 세상에서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불신(不信)을 신뢰(信賴)로 바꾸는 일이라 생각한다. 불신은 마치 불에 덴 것과 같다. 불에 덴 피부를 재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를 필자는 똑똑히 기억한다. 훨훨 타오르던 달집이 치워진 자리는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그 어떤 풀도 자라지 않는다. 자연이 이런데 하물며 사람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캠프 입교식 날 부모님과 오는 학생도 있지만, 상당수가 할아버지 할머니 등 온 가족이 온다. 학교에 오신 조부모님들은 학교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부모님보다 훨씬 많으시다. 그런 조부모님들일수록 교육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른다. 분명 그러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필자가 교육자라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나라 교육을 성토하신 뒤에는 마지막으로 꼭 당부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다. “선생님, 도대체 지금 학교는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얼마만이라도 학교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게 해주세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무리한 부탁입니까?” 교육부는 정부 눈치보기식의 낯선 교육 정책들을 만들기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캠프 기간 내내 학생들은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즐겁게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캠프 마지막 날 필자는 학생들을 면담하였다. 면담의 주된 질문은 왜 산자연중학교에 오고자 하느냐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말이 바로 “교육 민심”이라는 것을 필자는 알 수 있었다. 교육관계자들에게 교육 민심을 대신 전달한다.

“다른 학교에서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무작정 외우라고 하잖아요. 또 친구들과 싸워서 이기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