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신조어인 ‘대프리카’가 유행이다. 몇 해 전 여름 신문에는 대구 시내 아스팔트 도로에 그어진 차선이 녹아내려 꼬불꼬불해진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열섬 효과’ 등으로 다른 도시보다 기온이 높은 서울과 아프리카를 합성한 ‘서프리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여기서 대구와 서울의 무더위를 ‘더운 나라’로 꼽히는 아프리카에 비견하고 있지만 정작 대구와 서울이 아프리카 보다 더 덥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프리카는 면적이 전 세계 육지의 약 20%에 해당하는 큰 대륙으로, 위도와 경도, 해발고도에 따라 기후가 다양하다. 사하라사막이나 보츠와나와 나미비아 일대에 걸쳐 있는 칼라하리사막 등은 낮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어서지만 적도 인근의 도시조차 서울이나 대구보다 기온이 낮은 경우가 흔하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적도 인근에 자리한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31일 최고기온은 26도, 최저기온은 17도로 나타났고, 1일은 각각 26도, 16도였다. 역시 적도 인근인 우간다 수도 캄팔라는 1일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이 각각 27도, 18도를 기록했으며, 31일은 각각 28도, 17도였다.

WMO가 집계한 30년 월평균 기온을 보면 키갈리는 최고기온이 26∼28도, 최저기온이 15∼16도로 1년 내내 큰 차이가 없으며, 캄팔라의 월평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키갈리와 캄팔라는 해발고도가 각각 1천450m, 1천190m 정도로 높아 선선한 편이다. 적도 인근이면서 저지대인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경우 이들 지역보다 기온이 높은 편인데, 31일 최고기온이 31도, 최저기온이 21도를 나타냈다.

사하라사막보다 위도가 높은 북부 아프리카로 가면 기온이 더 높아진다. 알제리에서도 북단에 자리한 도시 비스크와 이집트 카이로는 1일 최고기온이 각각 40도, 37도로 예보됐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9도로 예상되는 서울과 수원, 38도로 예보된 춘천·청주·대전·세종·전주·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아프리카는 덥다’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에 불과한 셈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