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국내 한 대학의 경쟁력을 자문해 준 경험이 있다. 이 대학은 30여 년 전 국내 15∼20위권 대학에서 현재 국내 7∼8위권으로 올라온 대학이다.

최근 등장한 각종 국립 과학기술대학으로 인해 10위권 대학으로서 위상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학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소위 한국에서 프리미어 클럽이라는 ‘포카SKY’라는 대학그룹에 들어가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도박에 가까운 도전이다. 왜 디지스트(대구경북과기원) 등 과기원의 등장으로 이 대학은 10위권 수성도 위협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프리미어 클럽에 들어가겠다는 것일까?

그대학 관계자들은 필자의 충고가 고마웠다고 한다. 다른 자문교수들은 “그게 가능할까요? 10위권 유지로 목표를 세우시죠. 30여 년 전보다는 훨씬 좋아졌는데”라고 충고하는데 필자는 “프리미어 클럽에 들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10위권 유지도 가능합니다” 라고 충고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가경쟁력, 기업의 경쟁력, 대학의 경쟁력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현상유지(status quo)의 함정과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한때 세계 톱10 진입까지 꿈꿨던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상유지에 급급한 20∼30위권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수년째 연속 20∼3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WEF는 올해 137개국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이 종합순위 26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홍콩, 일본, 대만 등에 확실히 밀리고 중국과 비슷한 정도이다. WEF는 지구촌의 저명한 기업가, 경제학자, 정치인 등이 모여 세계 경제 현안을 토론하는 민간회의체로 국내에는 ‘다보스 포럼’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실상 그동안 국내 정치가 진보, 보수로 갈려 각종 경제정책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갈피를 못 잡으면서 한국의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진보정권이건 보수정권이건 “잘하고 있다”고 늘 주장한다. 그건 아마도 현상유지를 하면 잘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은 금융시장 성숙도와 제도적 효율성에서 50위권 밖의 점수를 받아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의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즉 경제와 제도효율에서 뒤진다는 것인데 이것은 현상유지의 안일한 정부의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 톱 10 국가를 벤치마킹 한다면 이 두 개의 부분은 과감히 개선 혁신되어야 한다. ‘포카서’로 불리었던 포스텍의 카이스트, 서울대와의 비교경쟁력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지역에서 포스코와 함께 최고의 자부심으로 여겨지는 포스텍의 경쟁력의 향방은 현재 입시계에서 ‘포카서’대신 ‘서카포’로 불리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포스텍은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는 영국 타임즈에서 파생된 THE라는 기관에서 발표한 랭킹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이는 짧은 역사, 작은 대학이기에 겪고 있는 학자들의 명성 평가에서 불리함을 상쇄하던 연구력이 상대적으로 내려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명성평가에 대한 안일한 대처 때문 일 수도 있다.

입시시장에서는 서울대, 카이스트 또는 기타 국립과기대에 비한 포스텍의 경쟁력에 대하여 회의적인 질문이 오르고 있다. 디지스트, 유니스트 등의 과기대, 최근 급부상하는 성균관 대학 등이 포스텍의 현 위상을 위협할 수 있고 그 위협은 현실화 될 수 있다. 세계 100위권 국내 3위권을 유지해 온 포스텍이 ‘현상유지의 함정’에 빠져 있지 않는가 냉철히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만일 포스텍이 이런 함정에 빠져 있다면 빨리 탈출해야 한다. 현상유지는 곧 하락을 의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