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예술, 주민과 通하다’

▲ 아트마켓.

포항시의 문화적 도시 재생 정책 일환으로 문을 연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포항시 북구 중앙로에 위치한 이곳은 지역 예술가 21개팀이 입주한 창작예술촌으로서 공예, 사진, 회화, 연극 등 다양한 창작활동과 아트프리마켓, 거리축제 등이 펼쳐지는 등 포항의 새로운 문화 거점이 되고 있다.

2016년 꿈틀로 사업초기만 해도 4~5 점포 건너 문을 닫은 빈 점포가 즐비하던 노후한 골목이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하나둘씩 채워지면서 예술가의 창의성이 덧입혀진 예술간판과 조형작품이 설치되고 공예, 사진, 회화, 연극 등 다양한 창작활동과 아트프리마켓, 거리축제 등이 펼쳐지는 등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 꿈틀로가 선정되면서 도시재생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화와 더불어 도시성장을 견인할 포항시 도시재생 정책의 추진방향과 문화적 도시재생의 의미, 발전방향 등을 알아본다.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 입주
문화 체험·젊은 예술가 ‘허브’로
도심에 불어넣는 문화 성장동력
주민_입주 예술가 결속
상인에 간판 만들어 주고
작가 활동땐 자원봉사
함께 ‘밥’ 먹으며 상생 공동체 형성
1:1 결연해 서로 도움주며
함께 살아가는 ‘삶터’로 인식
단발적 지원금에 의한
시스템 아닌
지속적 생명력 갖춘 공간 ‘과제’

△사람중심의 문화공간으로서의 문화적 도시재생

최근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전국의 낙후지역 500곳에 매년 재정 2조원의 예산을 들여 도시활성화를 도모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서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특히 지난해 11월 지진이후 재난지역으로 지정된 포항시의 경우 물리적 정신적 재건의 도시재생이 그야말로 절실한 상황이다.

도시재생은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는 과정에서 도시공간의 재편에 따라 나타난 도심공동화 현상을 막고 침체된 도심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공간활성화 전략으로 국내에서는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도시재생사업의 변화 양상이 가시화됐다.

도시재생이란 단순히 기존의 것을 허물고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는 개발사업이 아니다. 1960년도 이후 진행돼온 도시개발사업의 물리적 개발방식에서 탈피, 지역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공간적 특성과 경제·사회·물리·환경 등의 비물리적 측면을 고려해 재생해 가는 도시재생 패러다임으로 변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도시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사람중심의 문화공간으로서의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것이 최근의 주요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특히 유휴지나 폐공간을 박물관, 갤러리 등 이색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어 도심을 활성화시키고 관광산업으로까지 확대시킨 사례는 너무나 많다.

최근 몇 년사이 국내에서도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역사문화마을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라든가 공연과 푸드 패션 분야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플랫폼 창동 61 등 문화를 접목한 도시재생으로 성공시킨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도시재생에 있어 문화중심의 장소성 복원과 커뮤니티 활성화는 도시재생을 관통하는 핵심 아젠다가 되고 있다.

1970년대 북미대륙에서부터 문화예술을 활용한 새로운 의미의 도시정책에서 시작된 문화주도의 도시재생 정책은 198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더욱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지정된 일본 가나자와, 세계 최대의 광산 지역을 산업시설과 도시환경을 문화적으로 재생시킨 독일 루르지역, 20년간 방치된 화력발전소를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변모시킨 영국의 테이트모던 등 산업화 이후 침체되고 낙후된 도시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바로 ‘문화’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또 단순히 문화적 색깔을 덧입히는 방식에서 나아가 문화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관광산업을 견인하며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7년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원 도시재생지역 선정사업이 시작되면서 도시재생이란 의미가 피부에 조금씩 와 닿기 시작했다.

올해 첫 시행된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시범지역으로 전국의 68개의 지자체가 선정된 가운데 포항시에서도 국토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각각 선정되면서 도심 활성화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

이 가운데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사업과 연계를 통해 도시공간을 문화적으로 활용해 도심과 공동체의 활성화는 물론 문화적앵커로서의 장소구축사업을 펼치는 사업이다.
 

▲ 아트마켓.

△포항시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중심 꿈틀로

포항시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2016년부터 포항시가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꿈틀로를 거점으로 이뤄진 다양한 문화적 활동이 기반이 돼 공모에 선정됐다.

꿈틀로에는 현재 올해 6팀의 신규작가를 추가로 공모·선정해 총 27팀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입주해 있으며 그램책 마을과 꿈틀갤러리 등 소규모 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2016년 꿈틀로 사업초기만 해도 4~5 점포 건너 문을 닫은 빈 점포가 즐비하던 노후한 골목이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하나둘씩 채워지면서 예술가의 창의성이 덧입혀진 예술간판과 조형작품이 설치되고 공예, 사진, 회화, 연극 등 다양한 창작활동과 아트프리마켓, 거리축제 등이 펼쳐지는 등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2월 문화체육관고아부 공모사업인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 꿈틀로가 선정되면서 도시재생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포항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올해 1년간 총사업비 2억5천만원이 투입돼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를 통해 예술가와 주민, 지역 문화리더, 시민이 상호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꿈틀로의 장소성 회복과 커뮤니티 활동, 장소디자인 구축 사업을 펼치게 된다.

그러나 꿈틀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경관 위주의 물리적 재생보다 장소성이 가진 서사성을 살리고 주민 공동체가 자발적 중심이 된 사회적 재생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주민과 입주예술가가 결속이 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응하고 제대로 된 간판조차 갖추지 못한 영세 상업자들에게 입주작가들이 간판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반대로 주민이 작가들의 활동에 자원봉사를 하는 ‘문화품앗이’ 등의 상생의 과정을 통해 삶터로서의 관계성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기존 외관 중심의 도시재생사업과는 차별성을 둔 것이다.

△2018년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

포항시의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및 작가협업 프로그램으로 ‘철수와 목수’‘문화반상회’‘문화품앗이’‘주민영화제’ 등이다.

이 중‘철수와 목수’는 철공과 목공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지역사회 자원활동가가 주민(상인)이 필요한 간판이나 생활용품을 만들어 주면서 꿈틀로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문화공작소 기능을 담당한다. ‘문화반상회’는 음식이라는 매개체가 가져다주는 ‘소통과 연대’의 효과에 착안해 주민과 입주예술가가 정기적으로 함께 밥을 먹으며 주민과 예술가의 문화간극을 좁히고 서로 소통하며 공동체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꿈틀로 조성사업에 있어 주차문제, 공간조성 등 현안을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 주민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 지점을 차지한다. 결국 거주자가 아닌 정주자로서 주민과 입주예술가가 ‘우리 동네’라는 삶터로서의 인식을 가지고 서로 함께 현안을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품앗이’는 꿈틀로 작가와 주민(상인)이 1:1 자매결연을 맺어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을 나누며 공동체적 삶을 영위해 나가는 프로그램이다. 구제옷가게, 소규모 양품점, 분식집, 세탁소 등 꿈틀로의 영세 상업체 대부분은 제대로 된 간판이나 사람의 발길을 끄는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를 갖추지 못했다. 이처럼 하루하루 벌어서 겨우 살아가는 꿈틀로의 상인들에게 입주작가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통해 이색적인 간판을 만들어 주거나 실내 인테리어를 단장해 주고 혹은 식기나 찻잔을 제작해 주면서 영업에 활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반대로 주민들은 꿈틀로에서 펼치는 문화행사때 자원봉사를 한다거나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로 상생해 나간다.

이러한 상생의 기반을 위해 수차례 주민과 입주작가가 식사자리와 간담회를 가졌으며, 지난 6월 개최한 ‘꿈틀로 여름날의 소소한 축제’에서 주민과 입주작가 자치회가 중심이 돼 차없는 거리를 요청하고 함께 문화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TF팀은 이런 사회문화적 재생에 방점을 둔 주민, 입주작가간 커뮤니티 활동을 정례화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위해 꿈틀로 내 구 아카데미 극장 부지에 ‘문화공판장’을 조성 중에 있다. 또 1960년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문화사랑방이었던‘청포도 다방’을 재현해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민과 입주예술가들이 함께 마을 발전궁리를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계획이다.

또 주민의 일상과 꿈틀로의 모습을 기록해 함께 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는 ‘주민영화제’ 개최와 지역의 이슈를 그들만의 유쾌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여러 가지 방안들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 버스킹 직장인 밴드.
▲ 버스킹 직장인 밴드.

△지속적인 생명력 갖춘 공간으로 거듭나야

이처럼 문화가 매개가 된 커뮤니티 중심의 도시재생사업 방식은 시간이 더디 걸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보다 지속적이고 영속성을 가진다.

장기불황에 따른 경기침체에 지진이라는 악재를 겪으면서 재난상황이 직면한 포항은 현재 사회적 관점의 도시재생이 절박한 시점이다.

수 백억을 투자해 대형 신축건물을 짓고 갖은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천편일률적인 백화점식 개발사업 형태의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보다 나아가 도시의 철학을 세우고 사람이 중심이 된 인문적 도시재생방안에 대한 연구가 보다 깊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실례로 수년간 3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조성했지만 올해 사업비 지원이 끝나게 되어 입주작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창동예술촌의 사례는 향후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포항이 중요하게 되짚어봐야 할 사안이다.

지역의 한 인문학자는 “도시재생사업이 단발적인 지원금에 의해 사업의 성패가 좌지우지 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철학적 베이스가 된 사업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상해 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TF팀장은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이 사회문화사적인 도시철학을 바탕으로 도시에 문화가 관통하고 시민의 삶을 바꾸고 지속가능한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존의 문화도시 조성사업과 각종 부처연계사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