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利器)도 잘 써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제아무리 성능 좋은 스마트폰이라도 사용자가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단순한 전화기일 뿐이다. 인류는 문명 이기의 발명을 통해 상상 이상의 세상에서 즐겁고 안락한 생활을 즐긴다.

요즘 같은 폭염에 에어컨이 없다고 가정 한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생활의 불편을 떠나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했을 거란 추측도 가능하다. 에어컨도 미국의 한 젊은이에 의해 우연한 기회에 발명된다. 1902년 기계설비 회사에서 일하던 신입직원 윌리스 캐리어는 한 출판회사의 애로점을 듣게 된다. 한여름의 무더위와 습기 때문에 종이가 멋대로 수축되어 도무지 깨끗한 인쇄를 할 수 없다는 사정이다. 그는 연구 끝에 습기를 잡는 장치를 먼저 발명한다. 이어서 열을 잡는 냉각시스템을 개발 한 것이 에어컨 발명의 시작이다.

이후 에어컨은 공장과 비행기 등에 장착이 되고 미국 내 가정에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미국 가정집에 에어컨이 본격 설치되면서 미국 내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80%나 감소했다고 한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는 19세기 발명 이후 인류의 생활을 확 바꾸어 놓았다. 낮과 밤의 구분을 철폐했다. 실내와 실외, 지상과 지하의 구분도 무너뜨렸다. 시간과 공간의 활용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인류는 각종 자원을 24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 발명으로 또한번 세상을 진화해 나갔다.

올여름 최악의 폭염으로 에어컨을 찾는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에어컨 없이 하루도 보내기 힘든 날이 많아진 탓이다. 그러나 지금 구입하면 최대 4주 후 설치가 가능하다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살지 말지 진퇴양난의 모양새다. 에어컨 설치 가정은 가정대로 전기료 폭탄을 우려해 마음이 편치가 않다고 한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전기료 누진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가 폭염을 재난수준으로 인식해 대응하겠다는 말이 나오면서 여름철 전기료의 한시적 인하 요구도 등장하고 있다.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이 비싼 전기료 때문에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이다. 뾰쪽한 대책은 없을까.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