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19개 부처 소관 518개 국가사무 등 중앙행정권한과 사무 등을 포괄적으로 지방에 넘기는 내용의 ‘지방이양일괄법안(일괄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일괄법은 국가사무 지방이전을 위해서 관련 법률을 일일이 개정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과거에도 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몇 차례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는 재정방안 등 부실한 부분을 보완하여 연내에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과거 지방이양 의결 후 장기간 미이양된 사무의 일괄이양을 위해 제정되는 일괄법은 19개 중앙부처와 사전 협의를 거쳤다. 이양되는 중앙부처 업무는 해양수산부 업무가 119개로 가장 많고 국토부 92개, 환경부 61개, 여성가족부 53개 순이며, 유형별로는 검사·명령 131개, 인·허가 130개, 신고·등록 97개, 과태료 부과 등 기타사무 160개 등이다.

연내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일괄법안은 행정안전부의 입법예고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되면 12개 상임위 심사를 받게 된다. 다만 법령정비 등 이양에 따른 준비기간을 감안해 시행은 1년간 유예할 방침이다. 법안에는 그동안 지방정부에서 제기해왔던 지방이양에 따른 인력 및 재정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부처와 자치단체 공무원,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칭)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비용평가위)’를 설치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비용평가위는 지방이양에 따른 소요 인력과 재정비용을 조사·산정하고 재원조달 방안도 마련하게 된다.

일괄법은 지난 2004년부터 제정이 추진됐지만 각 부처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아 제정이 미뤄져 왔다. 또 내용상 10개 국회 상임위와 연계돼 국회법상 상임위 소관주의에 위배돼 국회 법안접수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여야가 이 법을 운영위원회에 회부하는 데 합의하면서 입법실현이 가능해졌고, 이후 자치분권위가 19개 중앙 부처와 협의를 거쳐 법안을 마련했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일괄법 제정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거 번번이 제정이 무산됐던 경험에 비춰볼 때 아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업무이양과 함께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을 지방정부로 떠넘길 경우 심각한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비용평가위가 근심을 덜어줄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김부겸 행안부장관은 얼마 전 페이스북에 “분권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지방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어디에 살든 민주공화국의 일원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되새긴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지와 아울러 국회의원들의 성심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