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Ⅲ
서옥순 작가 ‘눈물(The tear)’ 展

▲ 서옥순作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대표적 기획 전시 프로그램인 기억공작소 올해 세번째 작가는 서옥순 작가다.

서옥순 작가는 캔버스에 바늘과 실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기법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눈물(The tear)’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서 작가는 전시장 벽면에 바느질로 그린 그림과 평면 작업 등으로 자아와 현실 삶의 성찰을 반영하는 최근 작품을 선보인다.

높이 5.14×폭 4.96m 벽면에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자화상‘눈물’은 흰색 천 바탕에 검은색 목실로 바느질한 흑백 선묘 방식의 얼굴 그림이다. 특이한 점은 얼굴의 검은 눈동자에서 흘러내린 두 줄기의 눈물인데, 그 눈물 중에서 한 줄기는 검은 실의 선이 길게 수직으로 흘러내려 얽힌 듯 자유롭게 바닥 면에 이어지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얼굴은 나 자신이 경험하는 수많은 감정의 변화를 담는 그릇”이라는 작가의 말에서처럼 이 얼굴은 자신과 현실세계 사이의 관계가 흔적으로 남는 장소로서 삶을 살아가는 존재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벽면 얼굴의 아래에는 좌우벽면 사이를 검은 실로 촘촘히 이어 만든 세로 4.9×가로 4.9m 정도의 사각 수평면이 바닥으로부터 30㎝정도 띄워져 설치돼 있다. 이 풍경은 가까운 쪽에서부터 멀어질수록 더 어두워지는 검은 색의 변화로 인해 신성함을 주기도 하며, 고요한 밤의 수면처럼 평안한 명상의 상태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끊어진 실을 묶어 이은 몇 개의 매듭 때문인지, 정색한 듯 반듯하지만 내면의 굴곡과 희로애락의 격정을 숨겨 가리려는 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업의 형식면에서 평면의 캔버스 천 표면을 바느질하는 작가의 행위가 이곳 장소에 특정적으로 설계돼 성립하면서 공간을 바느질하는 행위로 확장된 상황이 흥미롭다. 그리고 그 촘촘히 엮은 수평면의 검은 실 사이 아래로 울긋불긋한 천 재질의 실제 인물크기 인형이 보인다. 왼손은 주먹을 쥐고 오른손은 편 채로 누워 있으며, 흰 머리카락과 함께 얼굴에는 검은 나비 문양이 바느질돼 있고 몸에는 꽃, 나뭇잎들이 프린트된 화려한 색상의 천이 여기저기 꿰매져 있는 입체 자화상이다. 평면에서 입체로 확대된 바느질 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작업은 작가 자신의 삶과 생을 시각화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세상에 내던져진 모든 인간의 존재를 다룬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옥순‘눈물’전은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오는 9월 30일까지 열린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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