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위안화 절하가 아시아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그동안은 달러강세가 무역수지가 빈약한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같은 나라들의 통화에만 충격을 줬다. 그래서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처럼 무역흑자가 많은 국가의 통화도 아시아 국가라는 이유만으로 충격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취임한 이후 세계경제와 증시가 건강해졌으니 이제는 중국 및 유럽과 다퉈볼 만한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2020년 재선을 위해 미국인들에게 승리를 선물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그는 미국이 은행의 돈을 갖고 있으니 승산이 있다고 평가한다. 즉 무역전쟁뿐 아니라 통화전쟁까지도 포함하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중국은 지속 성장을 위해서 부실을 제거하는 중이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도산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고름을 짜겠다는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무역전쟁과 금리인상을 통한 자금 인출의 위협까지 떠안게 되었다. 그렇다고 부실정리 작업을 멈출 수 없다. 이미 150여 개의 개인대출업체들(P to P platform)이 문을 닫았다. 중국 내 금융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현재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은행권에 급전을 수혈하면서 견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금리 인하, 즉 시중자금 공급 확대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그 결과로 생기는 위안화 가치 절하를 용인한 셈이다. 위안화 가치 절하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동반 절하되는 이유는 첫째, 위안화가 절하되면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약해진다. 이미 중국 소비는 아시아 국가들 제품의 지배적인 수요처로 발전한 상황에서 중국의 소비 위축은 아시아 경제 성장 둔화를 의미한다.

둘째, 중국이 더 귀찮은 수출경쟁 상대로 등장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수출하지 못하는 품목을 가급적 위안화를 절하시켜 다른 국가로 밀어 내야 한다. 즉 위안화 절하 속도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 통화 절하 속도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겉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중국 자신도 지금 남을 돌볼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마치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아시아 국가들을 볼모로 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위안화 절하에 대응해서 자국 통화도 절하시켜야 한다. 아시아 내 어느 나라 상품이 중국제품과 많이 경쟁하는가를 논하기 이전에 통화절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야 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환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아직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은 시작도 안 됐는데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 증시를 흔들고 있다. 과연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빨리 서열이 정해지며 끝날까?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생각보다 굴복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성장 중에 있기 때문에 지금 민간 부실이 생겨도 국가가 흡수해 나중에 해결하면 그만이다.

더욱이 미국의 다국적 기업은 중국에 진출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 이미 중국의 내수시장 규모가 미국을 추월했다. 트럼프는 미국을 떠나는 기업들에게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중국에 못 가면 죽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 예로 스타벅스가 중국 투자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사실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커피 배달이라는 것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잘하지 못하면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퀄컴도 저가 칩(chip) 관련해서 중국 현지업체와 제휴를 했다. 여러 견제가 있었지만 중국시장은 기술을 팔아서라도 얻어야 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최우선순위는 중국에게 패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굴복시키기에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따라서 교착상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며 증시에 적지 않은 혼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