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영재포항예총 회장
▲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우리나라 근현대 서양화 도입기의 거장 초헌 장두건 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시가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초헌 선생님은 우리 고장 초곡리에서 태어나 2015년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으니 거의 한 세기를 사신 셈이다. 떠나시기 불과 몇 달 전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뵈었는데, 그때 하신 말씀이 “인생이 참 순간인 것 같아!”였다. 한 세기를 사신 분에게도 과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긴 것’이었을까?

연도를 표시할 때, 필자 세대는 58년생, 77학번, 88올림픽 등 두 자리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999년까지는 굳이 일천구백을 들먹이지 않고 그냥 99년이라 했다. 그런데 2000년이 되고나니 연도를 두 자리로 표기하기가 영 편치가 않았다. 00년이라….

새로운 밀레니엄은 이전까지의 여느 해와 똑같은 걸음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지만 막상 이를 맞이하고 보니 여러 부분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00년이란 말이 생경해 2000년을 새천년이라 했는데, 2001년이 돼서도 이 생경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01년? 02년? 어쩐지 이상하다. 그런 중에도 시간은 쉼 없이 흘러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고, 이제는 올해를 18년이라 말하는 것에 제법 익숙해지기도 했다.

100년을 단위로 기간을 나타내는 말이 세기이다. ‘백세시대’라고는 하지만 인간의 수명이 백수(白壽)하기가 쉽지 않으니 세기 초에 태어난 사람은 다음 세기를 만나기 전에 생을 마감하게 되지만, 세기 중엽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체로 생애 중에 다음 세기를 맞이하게 된다. 세기가 바뀌면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다. 필자의 경우도 20세기에 익숙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21세기 사람이 된 경우이다. 100년이 느닷없이 온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은 걸음으로 하루씩 다가왔으나 새로운 세기의 새로운 세기의 아침은 엄청나게 다른 느낌이니 이 무슨 조화인가?

숫자 100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백일잔치, 100분 토론에서부터 요즘 청춘남녀들이 만나서 100일이 지나면 치르는 백일파티에 이르기까지. 소원성취를 위해서 온 정성을 다해 백일기도를 드리는데, ‘온 정성’의 ‘온’이 바로 100을 뜻한다. 100은 최고를 의미하며 완전무결함을 상징하는 숫자인 것이다.

한 세기를 살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완전무결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한 세기 동안 한 분야에 몰입해 이룩한 생애의 업적은 위대하다. 그러므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초헌 선생님의 역작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 ‘삶은 아름다워라!’는 시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 믿는다. 한 세기를 살다 떠나신 당신께서는 인생이 순간이라 했고, 삶은 아름답다고 했다. 매 순간을 아껴서 매일 같은 시간에 작업실로 출근했고, 꼿꼿이 선 자세로 붓을 들었고, 다듬고 또 다듬어 화면을 빛나는 보석처럼 빚어낸 작품들을 고향인 포항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아름다운 삶이다.

포항시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여줄 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을 비롯해 전국의 미술관과 소장자들을 수소문해 어렵게 찾아낸 초헌 선생님의 작품, 그리고 그의 손때가 묻은 유품들을 망라한 감동적인 전시 ‘삶은 아름다워라!’가 9월초까지 펼쳐진다.

우리 고장의 소중한 예술적 자산이 될 이 전시를 많은 시민들이 감상하고 문화도시, 문화시민의 자존심을 재충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참으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