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역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을 자치발전비서관으로 통폐합하고,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는 내용의 청와대 조직개편안을 단행했다. 청와대에선 상충될 소지가 있는 두 기능을 유기적으로 강화하고자 통합했다는 입장이나 정부의 지역정책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할 일이 태산인 지역발전 정책에 소홀함이 없도록 빈틈없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2개월여 만에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을 자치발전비서관으로 통폐합하고,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 등 3실장과 그 산하 12개 수석 및 49개 비서관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동안 균형발전비서관이 중앙부처의 예산 등을 교부금 형태로 (지방정부에) 공급하는 일을 해 왔는데, 중앙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일하다 보니 자치분권비서관과 상충하는 일이 잦았다”며 “두 기능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려는 것이며, 행정관의 수나 조직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합쳐졌다”이라고 말했다. 상충될 소지가 있는 두 기능을 유기적으로 강화하고자 통합했으며, 조직규모를 유지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대변인의 설명에 포함된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의 충돌’ 이야기가 많은 뒷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방분권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육동일 자치분권위 위원인 충남대 교수는 우선 “지방분권은 지방이 주도하고 균형발전은 중앙이 주도한 것이라서 상충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육 교수는 “자치분권은 권력과 기능을 배분하는 것이고, 균형발전은 인적·물적 자원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것”이라면서 “둘 다 공급자인 중앙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지방이 주체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잖아도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팥소 없는 찐빵’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역정책 관련 청와대비서관실마저 통폐합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현 정부 들어 추진 가능성이 기대됐던 수도권 소재 122개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범정부 재정분권 태스크포스’가 애초 올 2월 말로 예고했던 획기적인 재정분권 방안은 정부 부처 간 이견에 막혀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비서관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지역 정책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청와대는 ‘문제가 없다’는 수준의 해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 숙원들을 하루빨리 해결함으로써 진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