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80% 이상
인건비 외 숙식비 등 별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선 제외
농가 부담 월 200만 ‘훌쩍’
농민들 “폭염피해 걱정에
품삯까지 이중고로 고통”

올해에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8천530원)이 잇따라 두 자리 상승률로 결정되자 경북 도내 농·축·수산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는 1차 산업인 농·축·수산업계는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인력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7면>

경북 안동시 일직면에서 돼지 2만 마리를 사육하는 김도영(62·가명)씨의 양돈농장은 전체 인력 22명의 절반 이상인 14명이 외국인 근로자이다. 김씨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숙식을 제공하지 않으면 구하기도 힘들고 이를 포함하면 내국인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지방인 데다 힘든 돈사 일을 할 내국인을 구할 수 없어 고육책으로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김씨는 “지난해까지 이들에게 월 150만원의 임금을 줬지만,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17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며 “대부분 네팔인인 근로자 숙소의 식비, 부식비 등을 포함하면 월 지출이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실제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80% 이상이 식사 또는 숙소를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촌지역 일손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의 외국인 근로자 46%가 식사나 숙소 가운데 하나를 현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소와 식사 모두 받는 경우도 40%에 달했다. 식사나 숙박 장소를 전혀 받지 않는 경우는 14%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라 현물 형식으로 제공되는 숙식 등의 복리후생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제외됐다. 이는 농촌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이에 농업인들은 도시 근로자들과 달리 숙식을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외국인 근로자들의 특성과 ‘농촌의 실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5차 전원회의에서 2019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7천530원보다 10.9%나 올린 8천35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6.4%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10%나 급등하면서 일각에선 도내 농·축·수산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과수 농가들은 요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농장으로 나가 한창 일할 때지만, 올해 들어 이상저온과 장마, 폭염 등의 악재에 최저임금 상승까지 겹쳐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2년 전 귀농해 안동시 풍천면에서 사과와 자두, 복숭아 농사를 짓는 이도희(57·여)씨는 “매년 영농일지를 작성해 일손이 필요한 시기와 인원을 미리 파악한 뒤 안동시에서 운영하는 농촌인력 알선 사업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냉해와 폭염 피해가 속출하고 농산물 가격은 오르지 않는데 품삯은 계속 오르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고 하소연했다.

26일 경북 지역 농가에 따르면 농가가 밀집한 안동, 상주, 영주, 영천 등에 있는 인력시장의 농사 품삯은 남성 기준 평균 11만∼12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만∼3만원 올랐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것으로 식사를 제공하지 않으면 품삯은 1만원 더 올라간다고 한다.

반면, 도내 농가의 평균 소득은 2015년 1천540여만 원, 2016년 1천230여만 원, 지난해 1천290여만 원으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천군 고평리에서 9천917㎡의 밭에 단무지 무를 키우는 박점화(61·여)씨는 고민에 빠졌다. 하루빨리 밭에 단무지 무 씨앗을 심어야 하는데 최근 급격히 오른 인건비에 농자재 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씨는 “매년 작물 값은 그대로인데 인건비는 해가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며 “차라리 밭을 임대하거나 아예 농사를 접을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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