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넬대 경제학 교수
로버트 H. 프랭크
다양한 사례·연구결과 제시

▲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로버트 H. 프랭크 지음글항아리 펴냄인문, 1만5천원
누군가 사회적으로 꽤 성공했다고 말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실력, 노력 그리고 행운. 경쟁이 너무나 격렬한 우리 시대에 최종 승자 그룹 안에 끼기는 무척 힘들다. 당락을 결정짓는 실력 차는 1이지만, 그것이 안겨주는 경제적 보상은 100까지 벌어져 초기의 사소한 차이가 최종 결과에서는 엄청난 증폭을 보인다. 재능과 노력만으로 승리가 보장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세 가지 중 마지막 ‘행운’은 없어선 안 될 요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의외로 ‘운’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실패를 설명할 때는 운이 나빴다고 말하는 반면, 성공의 요인을 짚을 때는 행운의 영향을 과소평가한다. 정말 그럴까?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 경제학 석좌교수인 로버트 H. 프랭크는‘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글항아리)에서 운이 사회적, 물질적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행운에 관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프의 말을 들어보자. “아낌없이 사랑해주고, 자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고, 도서관에서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음악 레슨을 받게 해준 부모에게 태어나면서부터 당신들에겐 커다란 행운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 운은 유전자와 환경이 버무려진 결과다. 당신의 부모가 따뜻하다면, 당신이 남들보다 머리가 좀더 좋다면, 외모가 썩 괜찮다면,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를 타고났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면 운을 타고난 셈이다. 왜냐하면 두둑한 보상을 받을 업무를 더 잘 수행할 가능성이 높으니까(태생적으로 의지가 약하거나 노력을 게을리하는 사람, 인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경쟁사회에서 불운한 위치에 처해 있다).

행운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미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의 말을 더 들어보자. 그녀는 유권자들에게 고도로 발달한 법 제도와 교육 시스템,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진 나라에서 태어났으니 당신들은 운이 좋은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나라에서 혼자 힘으로 부를 이룬 사람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저 밖에 공장 하나를 지었다고 칩시다. 그러면 여기 우리가 낸 세금으로 건설한 도로를 통해 시장으로 상품을 운반할 것입니다. 역시 우리가 낸 세금으로 가르친 직원들을 고용하겠죠. 여러분의 공장은 안전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세금으로 유지하는 경찰과 소방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에 있어서 행운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 실력주의자의 문제는 단순한 착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공공 투자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모두에게 좋은 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세금을 내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보다 많은 사람이 행운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누진소득세 대신 누진소비세를 제안한다.

소비에 대한 한계세율이 올라가면 저축과 투자가 촉진되고 더 나은 사회기반시설을 위해 투자할 추가적인 세수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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