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지 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이 지표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건목(建木)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 친다

눈발을 뒤집어쓴 소나무를 바라보면서 생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하고 있음을 본다. 거칠고 차디찬 눈발을 맞으며 꿋꿋이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처럼 진저리 쳐지는 생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용서하고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한겨울의 솔바람 속에 느끼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