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극상(下剋上)을 가장 경계해야 할 집단이 바로 군 조직이다. 전쟁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지휘체제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계급이 곧 명령이다. 일사불란한 명령 체계만이 나라와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의 조직이 군이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군의 특수부대일수록 엄격한 명령과 지휘체제의 견고함을 자랑한다.

이른바 “군기(軍紀)가 세다”는 말로 표현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이름을 떨쳤던 그린베레, 미 해군 특수부대인 실(SEAL), 한국의 해병대 등이 그렇다.

우리는 보통 실력이 형편없는 집단을 두고 오합지졸(烏合之卒)과 같다고 부른다. 까마귀 떼처럼 아무 규율도 조직도 없이 무질서하게 모인 무리라는 뜻이다. 어떤 단체이든 간에 오합지졸로 불린다면 기분이 언짢아지는 게 당연지사다. 특히 그 집단이 군 조직이라면 자존심이 구겨지고도 남음이 있다.

개판 5분전의 부대를 당나라 군대라고도 조롱한다. 오합지졸의 부대와 비슷한 말이다. 전쟁에서 제대로 공격 한번 못해보고 패배만하는 군대를 비유적으로 쓸 때 이렇게 부른다. 왜 당나라 군대인지 그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고구려 시대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고구려가 비록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을 당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고구려는 당나라를 맞아 큰 승리를 수차례나 거뒀다. 고구려 입장에서는 당나라 군대가 오합지졸처럼 보였을 것이라는 데서 나온 설이다. 또 하나는 군기가 빠진 군대에서는 총을 쏴도 ‘탕소리’가 나지 않고 하나가 빠진 ‘당소리’가 난다고 해서 당나라 군대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군인 정신과 기강이 실종 상태인 부대를 두고 얕잡아 부르는 말이다.

대통령으로부터 군 통수권을 위임받아 군을 지휘하는 국방부장관에게 그 부하들이 대드는 해괴한 일이 25일 국회에서 벌어졌다.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라고 하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총질을 해대듯 하는 모습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어쩌다 우리 군이 오합지졸의 당나라 군대 꼴이 돼 버렸는지 통탄할 일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