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포항 마린온 헬기사고로 숨진 군인들과 노회찬 국회의원의 죽음에 정부여당이 완연히 다른 의전과 예우를 취한 데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6전단 내 활주로에서 정비후 시험비행 중이던 해병대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 1대가 지상 10m 높이에서 추락했다. 헬기 탑승자 6명중 5명이 숨지고 1명은 크게 다쳤다. 사고 뒤 청와대나 군 당국의 해명이나 수습과정은 지역민들과 유족들에게 석연치 않고, 불쾌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고 다음날이었던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순직 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부상자와 유족을 위로하기도 전에 “우리의 수리온(마린온 원형) 헬기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마린온 기체결함이 논란이 될 것을 차단하는데 급급했다. 군 당국의 태도 역시 석연치 않았다. 군 당국과 순직 장병 유가족들은 추락사고 이틀 뒤인 19일 영결식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유족들은 “추락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 후 영결식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군 당국은 ‘장례를 빨리 치르자’는 말만 반복했다. 유족들은 “사고 동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명백한 기체 결함인데, 청와대는 ‘수리온 성능은 최고’라는 말만 했다. 국민 안전보다 수리온 수출이 중요한 것이냐”고 개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백승주 의원은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 21일 오후 3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발생시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다음날 오후 1시 현장을 전격적으로 방문했으나, 이번 국군 장병 순직사고에 대해서는 현장방문은 고사하고 사고발생 3일째가 돼서야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별도의 성명이 아닌 신임 해군참모총장으로부터 진급 보직 신고를 받으면서 언급한 것이 전부”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청와대는 17일 사고 직후부터 영결식 전까지 조화만 보냈을 뿐 조문조차 하지 않았고, 23일 영결식때가 돼서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을 보내 조문했다. 유족들은 “낚싯배 사고가 났을 때는 긴급 성명을 내더니 군 장병이 순직했는데, 참 일찍도 조문객을 보냈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김 비서관의 조문을 거부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역시 그날까지 분향소나 영결식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죽음은 힘없고 외로운 약자를 위한 정치활동으로 이름이 높았던 노회찬 의원이 지난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등 정부 실세들이 잇따라 노 의원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일부 보수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을 영웅화한다’며 못마땅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의 의정활동을 높이 평가한 국민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모습으로 이해된다.

서로 다른 두 죽음을 지켜보며 적어도 국가와 정부는 저명한 진보 정치인의 죽음보다 이름도 빛도 없이 국가를 위해 일하다 스러져간 병사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하는 게 옳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노 의원이 국회에서 약자를 위한 수많은 입법활동으로 국민들이나 언론에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해도 나라를 위해 일하다 숨진 병사들에 대한 의전과 너무 비교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것은 명백한 실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5일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을 초청해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대대손손 자부심으로 이어질 수 있게 보훈정책을 더욱 꼼꼼히 살피겠다”면서 “보훈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강한 국가를 만드는 주춧돌”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정부가 국방의 의무를 하다 사고로 숨진 병사들의 죽음에 대해 왜 그리 가볍고 소홀하게 대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서로 다른 죽음에 대한 서로 다른 의전과 예우가 지역민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