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이어지는 살인적 폭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비 소식도 당분간 없다. 제12호 태풍 종다리도 독도 동쪽 약 120km 지점을 통과할 것이라 하니 태풍이 한반도의 폭염을 식혀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대구·경북은 15일째 폭염특보가 계속되면서 각종 폭염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온열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늘어난다. 가축 폐사와 양식장의 피해도 잇따른다. 농작물은 이미 열매가 썩고 잎이 마르는 등의 피해가 경북도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덩달아 농심도 타들어가 농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동해안 양식 어가들도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올해도 작년처럼 고수온이 닥치면 집단폐사와 같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안절부절이다. 찜통더위지만 어민들은 바닷물 온도변화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지 않길 바랄뿐 뾰쪽한 대책도 없다. 지난해 대량 집단폐사를 경험했으면서도 대부분의 어가들이 예산이 없어 시설개체 등의 대책을 세우지 못해 더 안타깝다. 포항시의 경우 지난해 양식어장 폐사 사태 이후 시설을 개선한 어가는 고작 6곳뿐이다. 현재 동해안 해수온도는 포항 26도 등으로 ‘관심단계’에 있다. 해수온도가 28도 이상인 상태가 3일간 지속되면 고수온 경보가 발령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로 해마다 지금과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면 정부차원의 고수온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

경북도내 농촌지역은 이미 고온과 강한 직사광선으로 열매가 데이는 일소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안동, 포항, 영양 등지에서는 수확기에 비해 굵기가 절반 수준인 사과 열매가 벌써 갈색으로 변하는 등 일소현상 피해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영주의 인삼과 의성의 자두, 포도 등도 강한 햇빛으로 인해 잎이 마르고 열매가 썩는 현상이 나타나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고 한다.

농민들은 “지금과 같은 폭염이 지속된다면 농가들은 재난 수준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이 피해를 농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판”이라며 정부차원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홍보전단 배부 등 지도에 나서나 실효가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다. 경북도도 재해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인정되지 않고, 이로 인한 피해가 공식적으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어 사후 수습책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관계기관이 좀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 농어민의 피해를 살펴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선진국은 이미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최악의 폭염 피해를 농어민이나 지자체에 맡기는 것은 마땅치 않다. 정부의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