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김 위원장은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를 포함해 초·재선의원 4명·외부인사 5명(김 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된 9명의 비대위원 명단을 발표하고 혁신 대장정에 나섰다. 김병준 비대위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당이 그 동안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해온 요소들부터 남김없이 찾아내어 깊숙하게 도려내야 한다. 고질적인 계파싸움을 극복하여 새로운 ’개혁적 보수’의 지평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가치를 세우고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생각했다”고 비대위원 지명 기준을 밝혔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선 “국가주의 문화를 단절해야 한다”며 “그간 한국당은 안보제일주의 철학에 매여 있거나 조국 근대화 이미지를 갖고 역사 발전에 따른 새 가치를 점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르고 버리지 못할 때는 새로 세워서 통합의 길을 여는 게 할 일”이라며 “한국당에서 계파, 계열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위원들이 굉장히 젊은 인사로 당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 동력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며 “비대위가 거친 파도를 헤치고 순항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 인선발표에 대해 일단 당내 반발은 감지되지 않아 다행이다. 비박계와 복당파 의원들은 “크게 무리 없는 인사”라고 평했고, 친박계 의원들은 “일단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동안 나락에 빠진 당을 구해내기 위해서 꾸려진 여야정당들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영락없이 일방적 ‘인적청산’ 쇼를 벌여 민심에 접근했다. 그러나 김병준 위원장은 다른 종류의 접근을 꿈꾸고 있다. 새로운 비전과 가치로 무장된 새 집을 짓고 그 집에 맞지 않는 인재들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수순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김병준을 지켜줄 다른 세력은 없다. 오직 혁신의 대의명분만이 그를 보호해줄 것이다. 실용성, 유연성이 그 본질인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중심에 놓고 새로운 이념좌표부터 정밀하게 설정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무장한 실용주의 정책전문가라는 사실이 기대를 충만하게 한다. 실용주의야말로 검증되지 않은 어설픈 ‘소득주도 성장’ 가설과 ‘정치보복 심리’에 발목잡혀 끈질기게 남탓만 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가장 효과적인 견제논리를 창출할 수 있는 이념줄기다. 김병준 혁신비대위는 한국 보수 회생의 마지막 기회다. 역사를 잘못 읽어서 국정을 망친 전 정권의 몹쓸 유산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국민들을 감동시킬 새로운 정치비전을 일궈냄으로써 처참하게 부러진 한국정치의 오른쪽 날개를 완치해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