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한 줄
김밥 한 줄
  • 등록일 2018.07.25 21:55
  • 게재일 20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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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이 세상의 영웅이었던

새빨간 거짓말쟁이 아버지를 생각하며

컴컴한 밤을 혼자 지낸 후

등교를 하며 교복에서 춥춥한 습기냄새가 난다

임종이 다 되어가는 노인의 기저귀 냄새

늦은 봄밤의 십자가 불빛 따라

길에서 마주친 아이를 바라보며

김밥 한 줄 내밀었지만

어두워오는 하늘을 향해 아이는 고개를 돌렸다



시인이 교육현장에서 겪은 늦봄의 쓸쓸한 장면 몇 컷을 본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집, 오랜 가난과 가정적 아픔이 운명처럼 뒤덮인 집에는 임종을 앞둔 노인이 있다. 그 캄캄한 절망의 상황에서 학교로 와 누군가 내민 김밥 한 줄을 받고 먼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의 막막한 가슴을 시인은 가만히 들춰보고 같이 가슴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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