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지열발전소가 원인이 된 유발지진이라는 주장을 두고 원인규명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포항북)과 포항지역 전문가가 중심이 된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한동대 정상모·안경모 교수)은 23일 국회에서 지진원인 연구중간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단체는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된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에 있다는 학계 주장에도 산자부는 관련업계 주장만 되풀이한다”며 보다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포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지진이 있다면 당연히 정확하고 엄격한 연구검토가 있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의혹이 제기되어선 곤란하다. 포항지진도 같은 논리다. 포항은 피해 규모가 컸고 그로 인한 주민의 심리적 타격 또한 심대했다. 그래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피해지역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옳고 상식적이다.

그런데도 지역주민 의견은 배격하고, 문제의 원인이 된 지열발전 사업을 주관한 산자부와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이 주축이 돼 지진 발생 원인규명에 나서겠다는 것은 스스로가 공정성을 포기한 행위다. 오히려 피해주민을 얕잡아 보았거나 우롱하는 태도라 볼 수 밖에 없다. 김정재 의원의 말처럼 “피의자에게 수사를 맡기는 격”이라 말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정부의 합동조사단 구성에 앞서 국제적 유발지진 전문가를 합류시켜 공신력을 높여줄 것을 당부했으나 소관부처인 산자부가 맡으면서 무산됐다고 말했다.

포항지역 전문가로 구성된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의 문제 제기에 앞서 김광희 교수(부산대)와 이진한 교수(고려대)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바 있다. 이 논문은 연관성의 근거로 △포항지진의 전진과 본진의 발생 위치가 시추공의 위치가 거의 일치 △2016~2017년 물 주입이 있을 때 규모2.0 이상 지진이 자주 발생한 것과 시추 완공 전인 2012~2015년에는 이 지역에서 지진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산자부는 원인규명에 대한 객관성을 가질 의도가 전혀 없어 보여 걱정이다. 포항지역 단체는 산자부의 이런 태도를 보고 행여 포항지진 원인을 왜곡할까 우려하고 있다.

과거에도 산자부는 포항지진 발생 전 발전소 인근에서 2.0 이상 지진이 63회나 발생했는 데도 은폐했다. 책임소재를 의식한 태도로 보인다.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양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열발전으로 인한 원인 규명에 나서면서 지열발전소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하루 빨리 산자부는 손을 떼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인 규명이 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