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수상해졌다.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가 들떴던 판문점의 봄, 북한비핵화의 꿈은 한낱 물거품이 될 위태로움마저 감지되고 있다. 북미 간 비핵화협상은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가운데 끼여서 묘수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이 시점에 남북교류를 명분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선에 구멍을 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이야말로 초당적 심모원려(深謀遠慮)로 위태로운 변전을 막아내야 할 때다.

북한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개인논평을 통해 ‘주제 넘는 발언’ ‘무례무도한 궤설’ ‘쓸데없는 훈시질’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권 인사들은 ‘김정은 찬양’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노무현 정부의 장관 출신인 유시민 작가, 이낙연 국무총리,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이 앞 다투어 나서서 ‘김정은 칭찬’을 늘어놓았다.

작년 10월 제3국 선박 두 척이 북한산 석탄 9천156t을 국내에 반입한 의혹도 제기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내용을 보고받고도 4개월 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유엔 안보리이사국 대상 공동 비공개 브리핑에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조치 전까지 대북제재는 유지된다”면서도 ‘일시적 대북제재 면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앞뒤 안 맞는 논리를 펼쳤다.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유엔군 사령관의 발언은 모골을 송연케 한다. 브룩스 사령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 보낸 영상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생산 능력은 아직 그대로”라고 증언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탄) 개발을 막았다고 희희낙락할 동안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굳어져가고 있다. 이 상태에서 ‘종전선선’과 ‘평화조약’체결로 가면 한국은 ‘게도 놓치고 구럭도 잃는’ 딱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비핵화’를 질질 끌어서 남한의 안보·국방을 무력화시키려는 북한의 계략에 완전히 말려들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강석호(영양·영덕·울진·봉화) 위원장은 23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조치가 국제사회 공조를 통한 제재인데, 북한도발로 피해를 받은 최대 피해자인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위반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깊이 헤아리고 멀리 내다보는 대북정책, 냉정하고 지혜로운 대북협상이 더없이 절실해지고 있다. 북핵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한반도 평화’는 결코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