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또는 평소 존경하던 인물이 자살하면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 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흠모하는 여인에게 실연당한 뒤 권총으로 자살하는 내용을 모방한 자살이 전 유럽으로 퍼지면서 유래된 용어다.

반대 개념인 ‘파파게노 효과’가 있다.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파파게노가 실연 끝에 자살을 시도하다 요정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생각을 바꿔 먹는데서 유래했다. 지금은 자살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자제하고 신중한 보도를 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로 사용된다.

실제로 자살은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선택한 방법을 모방하려는 성향이 있다. 모방자살이나 자살전염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특히 언론의 유명인 자살과 관련한 보도는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언론도 이를 알고 스스로가 보도에 신중을 기한다. 그러나 사건에 따라서는 흥행성과 주목성 때문에 때로 오버할 때도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유명인이 갑자기 숨진 직후 일간지 등 국내 22개 주요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을 모니터링 해 본 결과, 127건이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 보도가 베르테르 효과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은 데도 언론들은 여전히 흥행성 보도에 매달렸던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이 13년간 1위를 한 국가다. EU 국가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0.9명이나 우리는 26.5명으로 유럽의 평균보다 2.4배나 높다. 한국의 자살률이 이처럼 높은 배경에는 서구와는 다르게 카드빚이나 가족해체와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구는 고독이나 실존(實存)에 대한 회의 등이 자살의 주된 이유다.

극단적 선택을 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죽음을 두고 언론사 간 보도 경쟁이 치열하다. 진보 정치인으로서 많은 주목을 받아온 그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행여 베르테르의 효과가 있을까 우려도 된다. 언론의 파파게노 효과를 기대해 본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