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전국 각지의 어느 지자체라고 하더라도 기업 유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곳은 한 군데도 없을 것이다. 지역에서 기업을 신규로 유치하게 되면 이는 그 지역공무원의 실적이 하나 늘어나는 단순한 성과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규모의 크고 작음은 있겠지만 기업이 입지하게 됨에 따라 해당 지역민을 채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고용창출 효과, 지역민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지역 내 소비 및 물류의 증가 효과와 더불어 해당 기업 가족들의 주거이전에 따른 인구증가, 신규 공장의 건설 등에 따른 지역 건설 및 부동산분야에서의 경기개선 효과 등 무수히 많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인구가 증가하고 소비재나 공산품이 부족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의 유치는 해당 지역의 고용창출이라는 효과는 물론 그 기업의 입장에서도 생산하는 대로 팔려나가는 시장의 확대가 동반되었기 때문에 유치된 기업과 유치한 지역은 말 그대로 동반성장, 지역과의 상생이 가능했다.

그러나 상황이 이미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 시절의 기업의 성장과정이나 생산프로세스 등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떠들썩했던 한국GM의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국적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있어 해당 지역의 사정이나 입장 등은 큰 고려요소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기업유치를 위해 지역이 감내한 비용을 회수하기도 전에 해당 기업의 철수가 이루어지는 위험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고려한다면 역시 지방도시의 입장에서는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추구해야만 한다.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농수산물 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조업체의 물품, 서비스업체의 용역 등을 최대한 해당 지역이 소비함으로써 지역내의 자체적인 경제의 선순환을 이루며 성장하는 수밖에 없다. 과거 우리나라가 괜히 ‘국산품 애용운동’을 실시한 것이 아니다. 성장단계의 지역이나 국가가 조기에 경쟁력을 갖추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포항지역이 안고 있는 경기부진, 인구감소, 부동산침체 등 다양한 문제들을 획기적으로 해소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구까지도 증가시키는 이상적인 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도모하고 비교적 조기에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가능성을 굳이 제조업 분야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포항만이 가진 독특함, 지방색을 가지면서 지산지소까지도 가능한 장점을 지닌 것은 다름 아닌 문화예술분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선진화되고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일반적인 소비수요보다는 웰빙, 건강과 더불어 문화, 예술, 철학과 같은 정신적인 만족도를 위한 수요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그동안 포항에서는 문화예술의 씨앗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죽도시장과 육거리를 사이에 있는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가 바로 그것이다. 고급면세점, 명품아울렛 등은 어쩔 수없이 타 지역에서 소비할 수밖에 없겠지만, 지역의 뛰어난 화가, 공연예술가, 공예가, 도예가, 조각가 등이 산재되어 그곳에서 문화예술을 맛보고, 즐기고,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지산지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포항의 꿈틀로는 그동안 철강, 군사라는 하드웨어를 갖춘 단단한 도시이미지에서 벗어나 문화예술도시, 젊은 예술가들이 꿈꾸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지닌 부드러운 도시이미지로 전환할 수 있는 최고의 지역자원이다. 출퇴근길에 꿈꾸는 젊은이들의 거리를 걸으며 이들 작가들과의 접촉을 통해 포항시민들이 충분한 문화예술의 소비활동을 지속해 나가는 지산지소가 확대된다면 구도심지의 활성화는 물론 타 지역 관광객의 유치, 새로운 청년 문화예술인의 유입과 더불어 인구감소 문제의 또 다른 해결책의 하나로도 작동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