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박은주포항여성회장
▲ 금박은주포항여성회장

얼마 전 경북도내 한 지방의회에서 성평등 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이름하여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었다. 우선은 의회 사무국에서 꼼꼼하게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을 보면서 감탄했다. 다시 한 번 지면을 빌어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린다. 지방의회도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의원들도 대체적으로 의욕적이었다. 그러던 중에 저출산 문제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저출산을 단지 결혼을 하지 않는 개인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공보육 확대’도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제안했다. 공보육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 한 의원이 손을 들었다.

“강사님 지금 뭘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 같은데, 이미 공보육은 충분하다. 우리나라가 공공보육에 너무 많이 투자해서 문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었다.

처음에는 “모든 문제 해결을 위해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안 된다. 공보육 확대도 저출산 문제 해결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답을 했다.

하지만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 의원은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강의를 마무리하고 질의응답을 받는데, 지금까지와 달리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 한 남성의원은 “이런 교육(성평등 교육)을 왜 여성강사들만 하는지 모르겠다. 남자 강사들이 하면 좋겠다. 여자들만 강사로 와서 자꾸 성차별 이야기 하니깐, 성차별이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 정확하게 질문이 기억나진 않지만, 이런 취지의 내용이었다. 강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여성학을 공부하거나 성평등 교육을 공부한 사람이 강의를 할 수 있는데, 그걸 공부한 남성 강사들이 극소수라는 점은 나 또한 안타까운 대목이다.

그리고 또 다시 공보육 반대 의원의 공세적 질문이 이어졌다. “강사님, 지금 우리 질문하는 거 다 기억합니까?”라는 것에서부터, “데이터를 이야기할 때 조선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하세요”라는 지적과 훈계가 이어졌다. 그 말에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야단 받으러 온 건 아니죠? 지금 화나셨나요?”라고 하니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짓고는 마무리되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공보육 반대 시의원은 사립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고압적 질문을 쏟아붓던 그 의원에게 “혹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운영하세요?” 라고 질문을 하지 못했던 나의 센스 없음과 눈치 없음이 몹시도 안타까웠다.

사실 여러 번의 강의 경험이 있지만,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한 강의는 처음이었다.

솔직히 그들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태도는 놀라움을 넘어 실망 그 자체였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보육과 공보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담론이 형성되고 있는데 그에 반하는 태도를 계속 견지한다면, 지방의회에서부터 공보육 확대가 논의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의회는 시민들을 대변하는 심부름꾼이지 않은가? 그런데 일부 시의원의 갑의 정신이 지방의회 자체를 병들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의회는 물론이고 정치권력은 공사 구분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그 자리에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시민들이 달아준 그 배지를 조용히 떼시라고 권유해드린다.

우리 지역에 한 초선 시의원께서는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아 유명한 분이 계신다고 들었다. 선거 기간 중에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고개 숙여 한 표를 호소했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가고, 인사도 받아주지 않는 그 꼿꼿함은 과연 얼마나 오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