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력한 지방분권 정책을 펴겠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8월 17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최소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그리고 국민 기본권 확대를 위한 개헌에는 우리가 합의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 개헌 이전이라도 현행법 체계 속에서 할 수 있는 지방자치분권 강화 조치들을 정부 스스로가 노력해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리고 “내년에 헌법 개정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들과 제2 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인 같은 해 2월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언 13주년’ 기념식에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로 참석해서도 이와 관련한 발언들을 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더 나아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과 관련해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강력한” 그리고 “미국의 연방제에 버금가는” 등으로 지방분권만큼은 반드시 실천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취임 후 그의 이런 발언에도 이와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3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도 지방분권 내용은 되레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의 반대로 국회통과까지는 가지 않았으나 대통령의 발의안이라는 점에서 문 정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시민단체는 문 대통령의 평소 소신에 비해 크게 후퇴한 안으로 평가했다. 물론 지방정부나 지방분권국가 등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는 등장했으나 실제로 이양된 것은 없었다는 게 시민단체의 평가다. 지방분권 개헌 국민행동은 “현행 헌법보다 지방의 입법권을 훨씬 더 제한했다”며 “시대에 역행하는 대통령 발의안의 국회통과를 반대한다”고 했다. 지방분권의 본질적 목적은 국가가 권력을 지방에 이양하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한 강력한 지방분권이 이처럼 후퇴하게 된 배경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방분권 정책이 뒷걸음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날로 높아진다.

최근 청와대가 지방분권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비워두고 심지어 통폐합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내 지방분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자치분권 비서관실과 균형발전 비서관실 두 군데뿐인데 그나마 실무자 3~4명이 공석이고 조직개편을 앞두고 통폐합을 검토한다니 중앙정부의 눈에는 지방은 아예 없는 모양이다. 문 대통령이 지방분권 정책을 직접 챙기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