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덕대 심인당 덕일정사
“스승님! 제 등은 법당 제일 앞쪽에다 달아주세요. 딸아이 등은 좋은 배필을 만날 수 있도록 빨간 등을 달아주세요. 대학갈 자식 놈, 지혜 밝아 합격할 수 있도록 팔각 등을 달아주세요. 남편 사업 번창할 수 있도록 큰 등을 달아주세요”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이 다가오면 매년 겪는 일이다. 모두가 앞자리와 큰 등만을 고집할 때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등 다는데도 선착순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기쁨의 등이 아니라, 원망의 등이 되고 만다. 그래도 본인이 원하는 장소와 등 모양과 색깔이 다르면 등을 밝히고서도 마음이 밝지 않다.

부처님 재세 시에 아사세왕은 부처님을 청하여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 기원정사로 돌아가시는 부처님을 위해서 어두운 밤길을 등으로 밝혀드렸다. 이에 따라 신하 대신 장자들도 앞을 다투어 등 공양을 올렸다.

마침 이 길을 가던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아름다운 이 광경을 보고 자신도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을 모아 등 공양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주머니에는 돈이라고는 서푼 밖에 없었다. 작은 돈이지만, 서푼어치의 기름을 구해 아주 구석진 자리에다 조그마한 등을 밝혔다. 그리고는 “비록 이 작은 등이 온 밤을 밝히지는 못해도 내가 만약 후세에 깨달음을 얻는다면 밤새 꺼지지 않으리라”라고 발원하였다.

다음날 새벽 목련존자가 성안으로 탁발하러 와서 보니, 간밤에 비바람으로 모든 등이 꺼졌으나, 오직 난타가 밝힌 조그마한 등은 그 빛을 더욱 더 발하고 있었다. 목련존자가 그 등을 끄려해도 도저히 끌 수가 없었으며, 신통력으로도 불가능하였다. 오히려 그 등은 빛이 더 밝아지는 것이었다.

이에 부처님은 말씀하시기를 “목련아! 그 등은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밝힌 신심 깊은 정성의 등이므로 누구도 끌 수가 없느니라. 이 공덕으로 30억겁 후에 그는 수미등광여래로 태어날 것이다”라고 수기하셨다.

등은 크고 작음, 장소와 색깔, 모양과 화려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등을 밝히는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법당에만 등을 달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등을 밝혀야 한다.

부처님은 이 세상에 오신 뜻을 탄생게(誕生偈)에서 “하늘 위나 하늘 아래에서 나 홀로 높고 존귀하다(天上天下唯我獨尊)”라고 분명히 밝히셨다. 문외한들은 이 게송의 참 뜻을 모르고 ‘나 홀로 높고 존귀하다’는 말씀을 ‘자신만이 최고’라는 소아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나’는 소아(小我)가 아닌 대아(大我), 즉 모든 사람들이 갖추고 있는 ‘참된 나’를 가리키는 것이다. ‘참된 나’야말로 하늘 위나 하늘 아래에서 가장 높고 존귀한 것임을 선언하고 ‘참된 나’를 찾아 부처가 될 때 가장 높고 위대한 개인이 된다는 것을 밝히신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등을 밝히는 것은 부처님께서 탄생게에서 밝히신 바와 같이 자신의 마음에 등을 밝혀 ‘참된 나’를 찾으라는 의미이다.

마음에 등을 밝혀 ‘참된 나’를 찾게되면 그 마음의 등이 상대를 비추고 상대는 또 다른 상대를 비추어 일체가 밝게된 세상을 부처님은 ‘정토’라 하셨다. 부처님 오신날 등을 밝혀 온 세상을 밝은 정토로 만들자.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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