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한

호우 경보

억세게 비내리고

온나라가 물에 잠겼지만

안동호

깊이 가라앉은 고향

더 이상 젖지 않는다

수몰 30년

해마다 안개 더욱 짙어지고

고향은 깊디깊은 전설속

깨어날 수 없는

깊은 잠에 갇혀있다

돌아가 발 디딜 고향

지상 어디에도 없다

다만 죽어 고향 언저리로 돌아오는

긴 장의차 행렬

물 먹은 지방도 933호선이

길게 막혀있다

경북 안동에는 다목적 댐을 만들며 수몰되어 이제는 흔적을 찾을 길 없는 수많은 마을이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물에 잠겨 돌아갈 수 없는 수몰민들이 고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이주하여 살고 있다. 이제는 가 닿을 수 없는 고향, 깊은 잠에 갇혀버린 옛집 옛 땅을 그리워하며 가슴으로 우는 사람들이 그 언덕에 서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