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훈규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 본부장·연구교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래서 우리사회가 자연스럽게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러한 사회, 경제, 정치적 환경변화가 우리를 바뀌도록 재촉하는 것같기도 하다.

공학도인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변화와 혁신은 과학기술분야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창의적인 생각에서 시작한 결과물에 불과하기도 하다. 고대 인도수학에 의해 벽돌의 크기를 정할 때도 가로·세로·높이가 4:2:1이라는 비율이 만들어지고 현재까지도 벽돌의 모양을 결정하고 이어져 오고 있다. 고대에 생각했던 이러한 기준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벽돌을 이용하여 만든 고대 유산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경기장으로 높으면서도 가장 안정한 구조로 만들어진 이유가 바로 벽돌의 비율 때문이다. 높은 건물이 필요없던 시대에 4층 높이의 콜로세움 경기장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사람, 실제로 실현한 사람 등은 무슨 생각으로 이러한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까 싶다. 어떤 생각들이 모여서 이러한 역사적인 유물을 남기게 된 것일까?

벽돌을 만든 방법은 흙을 구워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벽돌과 같이 굽는다는 생각의 유산 중 하나가 바로 중국 시안(西安)에 있는 진시황 장례에 사용된 테라코타(terracotta)로 유명한 병마용갱(兵馬俑坑)일 것이다. 이것은 기원전246년에 건축이 시작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굽는다는 방법은 같지만, 사용처도 다르고 도자기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같은 기술 다른 생각에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과학기술의 역사에서 보면 구워진 벽돌은 건축물을 만들고, 이러한 굽겠다는 생각은 이어져 테라코타를 비롯한 도자기를 만드는 세라믹기술의 좋은 예가 된 것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시작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랄 수 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과 유산들을 보면 최소 2천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고 그 의미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 보면, 2천년 전에 새로운 것을 꿈꾸고 도전하는 것이 과연 쉬웠을까?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은 역사적으로 많았다는 것을 기록으로부터 알 수 있다. 그러면 현재의 우리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변화하며 혁신하는 것은 과연 쉽고 간단한 것인가? 과거의 위대한 건축물과 유산을 남기기 위한 변화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책, 경제발전, 산업성장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변화하지 않고 혁신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 지구촌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는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분야나 지역을 막론하고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선진국 기준이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를 넘겼다는 보고가 여기저기서 제시되고 있다. 1인당 GDP 3만달러, OECD 가입국 등 다양한 지표에 진입한 것은 대표적인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성장이고 모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하는 가에 우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천년 전에도 이러한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대답의 하나가 바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생각했을 것이다. 과학기술은 끊임없는 변화로 또 새로운 것에 대한 혁신으로 역사를 기록해오고 있다. 우리는 이런 노력 덕분에 하늘을 날고, 바다를 누비며, 땅을 달리는 것이다. 이제 그 시대를 지나 우주를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이용하며, ‘상상 그 이상’을 통하여 누구도 꿈꾸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다. 역사는 말한다. 가야할 변화와 혁신은 아직 남아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