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일 정사·위덕대 대학 심인당
현대는 과학문명시대이다.

여기서의 ‘과학’은 과학사상을 일컫지만, 일반적으로는 자연과학 및 그 응용인 과학기술을 말한다. 과학문명이란 물질문명이다. 회당대종사(대한불교진각종 종조)는 과학문명의 폐해를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과학 밖에 없다하고 심성진리 무시하면 유물사상 일어나서 도의심은 없어지고 살도음의 범죄자가 날로 성해지게 되어 가정이나 국가사회 위태하게 되느니라.”

즉, 과학문명은 유물사상을 일으키고, 유물사상은 우리들로 하여금 탐·진·치(탐하는 마음,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 삼독(三毒)을 치성하게 한다. 탐심은 도적으로 행동화하게 되고, 진심은 살인으로 행동화되게 하고, 치심은 사음을 행동화하게 한다. 그래서 가정과 사회 및 국가가 위태롭게 된다는 말씀이다.

또한 탐심은 모든 것을 대형화로 지향하게 하여 환경을 파괴한다.

진심은 모든 것을 고속화하여 모든 생명을 단축시킨다.

치심은 모두를 자기 중심의 개인화로 나아가게 하여 질서를 문란하게 한다.

대형화·고속화·개인화의 이 셋은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고질병이다.

삼독이 만들어낸 심성은 우리들로 하여금 무차별 경쟁으로 결과제일주의 실적위주주의로 내 몰아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도록 한다. 그 결과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깊은 병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정신병자인 것이다. 정신병자가 쌓은 탑이 온전할 수가 있겠는가?

종교는 인간의 심성을 순화하여 몸도 마음도 가장 안락하게 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종교는 결과제일주의 실적위주주의를 배격한다. 때문에 종교행위에는 수단과 방법이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나 작금의 종교현실은 어떠한가.

휴거론으로 또는 귀신놀음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여 신자를 모으고 헌금을 강요하고 있다. 어느 교회의 십자가 가장 높으며, 어느 사찰의 불상이 최대이며, 얼마나 빠른 시간에 많은 신자를 모으고 헌금을 모으고 큰 교당을 지었는가?

이러한 외형적 결과제일주의 실적위주주의 잣대에 의해서 가장 훌륭한 성직자로 추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종교인들도 경제논리에 입각해서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훌륭한 성직자의 대열에 속하려고 한다.

회당대종사는 “불법은 체요, 세간법은 그림자라”하셨다. 종교인이 바로 서지 못해 우리들의 심성이 탐·진·치 투성이가 되고 그 결과 현실적으로 무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교인들이 바로 서야한다. 그 길은 탐·진·치 삼독을 끊는 일이다. 삼독은 결과와 실적에 집착하여 조급한 마음을 낳는다. 조급한 마음은 과정을 날린다. 그래서 리절트형(型) 사고라고 한다. 그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일이나 활동에 있어 결과부터 보고 그로써 잘하고 못하고를 판정한다. ②달성한 결과를 수치화하길 좋아하고 그 수치에 얽매인다. ③결과만 좋으면 만사가 좋은 것이기에 반사회적 반 법률적 행위나 날림에 둔감해 진다.

④눈앞의 단기적 결과를 추구하기에 장기적 전략이 결여된다. ⑤결과를 빨리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절차 규정 안전 등 수칙을 가급적 무시하고 눈가림하려 든다. ⑥따라서 뇌물이나 향응 같은 반사회적 요인이 기생한다.

결과 및 실적주의는 삼독에 의한 중증의 병이다. 이 병을 치료하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다.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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