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폭염이 장기화됨에 따라 가축, 식중독, 농업, 산업, 수산업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폭염은 열사병과 탈진, 온열질환 등과 같이 사람에게 치명적 위협을 주지만 농축수산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엄청나다. 특히 지금과 같은 폭염이 지속될 경우 재난 수준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최근 가마솥더위가 계속되자 경북도농업기술원은 도내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령중인만큼 농축산물 관리와 농작업안전사고 예방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20일 대구의 낮 기온은 38.5도를 기록, 2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영천 38.4도, 경주 38.3도, 의성 37.8도, 안동 37.1도, 상주 36.8도를 나타냈다. 영천 신령은 39.2도로 도내 최고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일본 오키나와 남부해상에서 중국 상하이 부근으로 이동 중인 제10호 태풍 ‘암필’의 영향으로 지난주 말부터 뜨거운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밤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무더위가 앞으로 한달 이상 더 지속될 거라는 데 있다.

저온피해로 고생한 경북도내 농가는 지난 장마와 태풍으로 충분한 저수율을 확보하면서 겨우 한숨을 돌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계속되는 폭염으로 농작물 관리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지금과 같은 폭염이 지속되면 농작물은 시듦, 병해충 증가, 생육불량, 햇볕데임 현상 등이 나타나면서 피해가 속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내 일부농가에서는 무더위 때문에 벌써 열매가 갈라지는 열과현상과 과실이 화상을 입는 일소(日燒)현상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먼젓번 저온피해로 가뜩이나 생산량이 줄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 폭염까지 겹치자 한숨짓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경북도와 농정당국은 폭염피해 최소화 대책을 내놓고 농민들에게 행동요령과 가축 및 축사 관리요령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으나 연일 계속되는 고온으로 얼마나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농사를 관리하는 농촌인력의 대다수가 고령화돼 있고 주로 야외에서 작업을 하며 무더위를 피할 방법도 마땅찮기 때문이다. 특히 농사와 관련해 농촌지역 고령자 및 취약계층의 여름철 안전사고도 적지 않게 발생해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의 농촌은 안전관리도 소홀히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올해 집계한 여름철 온열질환자의 13%가 농림어업 종사자로 알려져 농촌지역의 폭염 피해는 앞으로도 더 늘 전망이다.

폭염은 농사에 치명적이다. 사전 예방 조치로 피해를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축은 가축대로 농작물은 농작물대로 제대로 된 관리요령을 익혀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폭염은 이제 해마다 상시 발생하는 변수가 됐다. 그에 대응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