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인 수

종지부 같다

빈 까치집 한 덩어리가

잎 진 미루나무 높이

시꺼멓게 걸렸다, 도대체

어떤 결말이

하늘 입구에다 외딴 구멍을 내놨나

바깥 사방이 흉흉하겠다

삼켜버리고 싶은 과거는 맛이 없다. 대개

거칠고 쓴데, 저기

들어가 웅크리는 슬픔은 또

누구인지, 언제

둥근 종소리 날까

그렇게 한번 깊이 울고

전소되겠다

흉가를 바라보며 시인은 깊은 상념에 빠져있음을 본다. 한 때는 가족공동체의 살갑고 아름다운 생이 소복소복 담겨서 따스하고 정겨웠던 집인데 무슨 영문인지 사람이 살지않는 폐가로 흉물이 되어있는 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거기 걸쳐져 있는 슬픔이며 절망 같은 것들이 언제쯤 걷혀지고 온기를 되찾고, 둥근 희망과 행복의 종소리가 날까하는 기대감도 함께 피력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