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을 맡은 김병준 위원장의 혁신방안 밑그림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치 정립’을 보수진영 최대 과제로 제시하고 새 가치로 ‘자율’을 제안했다. 당 재건 및 혁신, 인적청산, 보수통합 등 해법은 결국 한국당이 어떤 이념과 노선을 새로 정립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취지다. 김병준 위원장이 패 나눔 식 인적청산에 앞서 ‘가치·이념·노선부터 혁신하겠다’는 방향은 백번 옳은 접근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지향적인 인적청산은 반대한다”면서 그러나 “신념체계가 전혀 다르거나 정책적 방향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길을 달리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다른 방식의 인적청산을 예고했다. 특히 그는 “당 대표로서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혁신비대위의 활동기간과 관련해서는 “최소한 올해는 넘겨야 그런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해 당내 일부에서 나오는 ‘비대위 조기 종료, 새 지도부 구성’ 주장을 일축했다. ‘보수통합’ 추진에 대한 질문에는 “인위적으로 되겠느냐”면서 “일부에서 연정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것보다 당을 바로 세우는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소위 진보진영은 인권·상생·평화 등 특정 가치를 점유할 정도로 강한 가치지향성이 있다. 보수·중도 정치권이나 한국당은 가치를 점유하는 데 있어 부실했다”고 비판하고 “저는 국가가 시민사회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서 주도해 이끄는 게 아니라 여러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국가를 만들고 혁신해가는 질서를 꿈꾼다”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선 “우리 역사의 아픔”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그분들의 잘못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해석했다. 앞으로 “당원들과 밑바닥부터 토론을 하면서, 치열하게 미래를 논쟁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지식 당원·지식 당협위원장·지식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 소임을 맡은 김 위원장의 사명은 막중하다. 국민들에게 굳은살처럼 각인된 극우·수구꼴통·꼰대·부자 편·빨갱이 장사꾼 등 구시대적 이미지를 벗어나는 일은 말처럼 결코 녹록한 게 아니다.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하고 이념을 수정하여 노선을 재정립하는 일부터 완성해야 한다. 한국당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인정받은 다음에 그 가치기준, 이념과 노선에 딱 맞는 사람끼리 뭉쳐서 국민들을 감동시켜야 비로소 성공할 것이다. 급격히 기울어진 한국정치 지형 안에서 각 정당들은 누가 더 미래지향적인지를 겨루는 새로운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당 회생의 마지막 리베로로 등장한 김병준 위원장의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