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죽도성당 전세혁 보좌신부
‘어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늘 체험하는 기적처럼 우리 어머니들의 손길이 닿으면 곳곳에서 작은 기적들이 일어난다.

집안에 해 먹을 만 한 것이 없을 것 같은데도 어머니들은 주섬주섬 움직이시며 있는 찬거리를 모아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 내신다.

자식들 눈에는 하찮게 보이는 재료들이 어머니의 손을 통해 귀한 음식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 어머니의 손길에는 무엇이 묻어 있길래 이런 일이 일어날까?

어머니 손길에는 사랑하는 이를 위한 정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 손길에는 나를 위한 희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정성과 희생이 잔잔한 기적이 되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때론 그 정성과 그 희생이 너무나 겸손하여 마치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고 늘 일어나는 기적이기 때문에 미처 기적처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나며 가끔 감사하는 마음조차도 잊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정성과 희생으로 늘 힘을 얻었고 그렇게 살아 왔다.

지금 온 나라가 상처와 갈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끝없는 욕심과 이기적인 사고가 불러 온 다툼만이 연일 계속된다.

그래서 자신보다는 가족을 향해 있었던 따뜻한 어머니의 정성과 희생같은 마음이 더욱 그립다.

아무리 정보기술이 발달하여 세상살이가 편해졌다 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향한 정성과 희생없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겨나는 깊은 상처와 갈증은 치유되지 않을 것이며 해갈 될 길조차 없는 것이다.

또한 내 몫을 더 챙겨야만 살아가는 각박한 시대 흐름 속에서 힘이 없어 뒤쳐지고, 살 희망이 없어 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웃은 또 다른 나임을 돌아보지 못한 채 바삐 살아 간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어려운 이웃을 향해 가족처럼 정성을 다한 손길과 내 몫을 좀 덜어내는 희생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는 정성과 희생을 다하신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로 키워진 자녀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정성과 희생을 입으며 얻었던 그 행복감을 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 안에도 어머니가 새겨주신 정성과 희생의 손길을 펼칠 수 있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져 있을 것이다.

이제 그 마음을 조금씩 열어 흩어지고 갈라진 이 시대의 틈을 다시 메우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살아갈 희망을 나누어 주는 이웃이 되자.

곳곳에서 작고 아름다운 기적들이 봄날 꽃처럼 피어나는 그런 세상을 기다리며….

<전세혁·포항 죽도성당 보좌신부>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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