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본주의 최첨단 시대를 맞아 ‘현금없는 사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발달로 결제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지갑속 현금이 점차 모습을 감추는 이유다. 변화의 징후는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커피체인점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최근 전체 매장 1180곳 중 103곳을 ‘현금없는 매장’으로 지정했다. 현금없는 매장은 현금 사용 비율이 3∼4%에 그치는 곳으로 현금 사용 고객에게 다른 결제 수단을 권하고 있다. 다만 손님이 원할 경우 현금결제도 가능하다.

편의점에서도 현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GS리테일에 따르면 GS25 편의점의 현금 결제 비중은 2015년 53.9%에서 지난해 41.4%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상반기(1∼6월) 35.7%까지 뚝 떨어졌다.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매장에 무인결제기(키오스크)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카드결제 비중이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한 전자결제가 보편화되면서 현금사용 빈도가 크게 줄었다. 올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 30대의 현금 선호 비율은 각각 8.3%, 5.1%에 그쳤다. 반면 60대와 70대 이상은 현금 선호율이 각각 51.6%, 76.9%로 여전히 높았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1661년 유럽 최초로 지폐를 발행한 스웨덴은 2030년까지 현금을 없앤다는 목표를 세워서 추진 중이고, 소매점은 합법적으로 현금결제도 거부할 수 있단다.

실제로 스웨덴 국민의 절반 이상은 2012년 민간 은행들이 공동 개발한 간편결제 서비스 ‘스위시’를 사용한다. 중국에선 노점상도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곳이 많고, 음식점에서 QR코드로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기도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패스트푸드 업체 등에 무인결제기 도입 증가로 이어질 경우 현금없는 사회로의 진입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노인, 빈곤층 등 새로운 금융기법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약자들이다. 이들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