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Leave me alone. (혼자 내버려 둬)” 참 재미있는 영어 표현이다. 참견을 하고 간섭을 하는 상대에게 하는 말이다. 조금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의 대학총장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제발 내버려 둬라!” 이다. 교육부를 없애는게 가장 좋은 정책이라는 자조적인 말은 수십년간 계속되어 온 푸념이다. 대학들이 난리가 났다. 대학 총장들이 사퇴하고 여러 캠퍼스에선 총장 퇴진운동도 일어난다.

교육부는 그동안 ACE, PRIME, CORE 등등 여러 가지로 대학 지원을 무기로 압박하던 제도들을 모두 묶어서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포스텍의 백성기 전 총장이 위원장을 하였던 대학구조개혁평가위원회의 구조개혁 대학 평가를 문재인 정부에서 명칭을 바꿔 실시한 것이다.

의도는 나쁘지 않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의 인구절벽으로 인한 미충원 등에 대처하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고, 1주기 평가(대학구조개혁평가)는 지역으로 나누지 않고 전국에 걸쳐서 평가를 했으나 지방대학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권역별 평가를 한다. 상위 60% 내외 대학은 정원감축 권고를 두지 않는다. 그 외의 대학은 정원감축이 권고되며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마칠 때까지 정부지원에서 배제된다. 다만 강제감축 법률이 통과되지 않는 한 정부지원을 받지 않고 정원을 깎지 않겠다고 버티면 강제 감축은 못한다.

대교협 측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율개선대학 비율 70% 이상으로 상향 조정 대학의 자율적 구조개혁 유도로 정책 방향 전환 등의 내용을 교육부에 건의했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당시 C등급 이상 대학 비율인 79.7%(A등급 21.5%, B등급 35.4%, C등급 22.8%)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해 달라는 요구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1단계 결과 발표 이후인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8월까지 이뤄지는 2단계 진단에서는 역량강화대학 비율을 늘려달라”고 밝혔다. 필자가 아는 대학총장들은 이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최종 탈락 가능성이 높은 대학이나 이미 1단계에서 탈락한 대학들의 고충은 말이 아니다. .

최근 대학들을 골치 아프게 만들고 있는 또하나의 교육부 명령은 ‘정시모집 확대’이다. 한때 ‘수시모집’을 닦달하던 교육부가 이제 반대로 ‘정시모집’을 확대하라고 다시 들볶고 있다. 수시모집이 시작된 20년 전보다 지금 수시모집의 중요성은 더 높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생들이 문제풀이 기계로 만들지 않는 미래로 가야 하며, 현재 거론되는 정시 확대는 미래로 향하는 발걸음을 과거로 돌리는 것이라는 주장들이 들끓고 있다. 필자가 관여된 과학특성화 대학인 디지스트와 포스텍은 대부분의 입학생을 수시로 모집한다. 특히 포스텍은 전원 수시모집을 시작했다. 특히 정시 확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나 토론과 실습 중심의 학생 참여형 교육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고교학점제 정책과도 배치된다. 정시 확대로 아이들 교과목 선택권이 축소될 수 있고, 교실수업 개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가 국립대에 대한 대학들의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용제청 거부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교육부는 법 조항을 들어서 임용제청거부 이유를 밝히지 않는데 대학 총장 후보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어 늘 대학이 시끄럽다.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모두 마찬가지이다. 제발 대학을 내버려 두라고 소리치고 싶다. 대학의 입학정원조차 정부나 주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대학 자율로 정하는 미국의 예까지는 못미치더라도 그냥 대학을 조금 자율경쟁, 자율시장에 맡겨 두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