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올해 안에 여야 합의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개헌 논의가 다시 시작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문 의장은 이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길, 촛불 혁명의 정신을 완성하는 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국민의 명령인 개헌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의장이 경축사에서 밝힌 개헌 필요성 제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3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채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것에 대해 새롭게 논의를 벌이자는 것으로, 사실상 동력이 실종된 개헌 논의에 불을 댕겼다는 의미다. 이는 폭넓은 공감대를 가진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1987년에 만들어진 우리 헌법은 시대적 소명을 사실상 다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 개헌 재추진에 찬성한 것은 이런 시대적 정신을 대변한 것이다.

문 의장의 개헌 제기에 대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연내에 반드시 개헌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영수회담 제안”까지 하는 등 야권은 일제히 동참 의사를 밝혔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민생, 개혁과제가 개헌론에 묻힐 것을 우려,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이미 국회 등에서 1년 넘게 논의를 벌여 개헌 방향에 대한 그림도 그려졌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과 지방분권의 강화, 국민소환제 도입을 통한 국회견제 등이다. 지방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번 밝힌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 실현에 관심이 크다. 문 대통령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권한을 대폭 이양시키고 시도지사가 참석하는 제2국무회의 신설도 법제화 하겠다고 했다.

지난번 국회에 제출된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이런 정신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것같아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에 의구심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문 의장의 제안으로 개헌 논의는 이제 다시 시작의 길목에 섰다. 어쩌면 20대 국회에서 논의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알 수 없다. 권력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시대에 맞지 않는 체제로 그대로 간다면 또다시 우리는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국가적으로도 경쟁력이 약화되는 나쁜 결과를 안아야 한다. 정치권은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질 것이 아니라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담아내는 노력을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 특히 여당과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강력한 지방분권제가 포함된 개헌의 불씨를 제대로 지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