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득편집부국장
▲ 김명득편집부국장

파란 잔디가 싱그럽다. 일년 중 가장 골프치기 좋은 계절이 왔다. 필드를 그리워하는 골퍼들에겐 그야말로 본격적인 시즌이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요즘 폭염으로 필드 나가기가 자꾸 망설여진다. 언제 어디서 생겨난 말인지는 몰라도 포항이 ‘골프 천국’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몇 년 전 포항에서 근무하다 서울 본사로 발령을 받고 떠난 모 건설사 Y소장은 포항만큼 골프하기 좋은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포항을 ‘골프 천국’이라고 했다. 포항시내에서 20~30분 달리면 골프장이 널려있다. 정규 코스 또는 퍼블릭 등 입맛대로 골라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부킹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린피 역시 서울, 부산 등 타 도시보다 훨씬 싸다.

얼마 전 집안일로 부산을 다녀왔다. 오후에 포항을 출발, 울산-부산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따라 1시간 여만에 부산시내 입구까지 도착했다. 그런데 퇴근시간과 맞물려서인지 차의 속도감이 갑자기 떨어졌다. 꽉 막힌 도로 위를 차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느릿느릿 움직였다. 시내를 통과해 약속지인 부산의료원에 도착한 시간은 포항서 달려 온 시간과 거의 맞먹는 시간이 걸렸다. 부산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버틸 수 있을까. 포항시내에서는 10분만 막혀도 난리가 난다. 성미 급한 포항사람들은 차가 정체된지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버럭 화부터 낸다. 평일 퇴근시간대 포항철강공단에서 섬안대교나 포스코 1문을 통해 형산교를 건너올 때 약간의 정체현상이 일어난다. 정체라야 고작 10~20분 정도다. 그것도 정체라고 짜증부터 낸다. 포항시내 어느 곳이든 택시로 달려 20~30분이면 못 갈 곳이 없다. 포항 교통의 편리함을 너무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포항의 명소 죽도시장과 영일대해수욕장, 환호동에 즐비한 횟집. 그 곳에서는 일년내내 싱싱한 회를 맛 볼 수 있다. 포항의 대표음식인 ‘물회’도 대부분의 식당에서 주문만하면 금방 나온다.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 구룡포의 대게 등도 이제 일년 내내 맛 볼 수 있는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주변의 분위기 또한 어떤가. 출렁이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회 한 점을 입 안에 쏙 넣어 본다. 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싱싱함을 느낄 수 있다.

최근 포항에 출장 온 중국인 기업가와 영일대해수욕장과 포항제철소 야경이 보이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싱싱한 해산물이 맛깔스럽게 나왔다. 그는 중국에서 맛볼 수 없는 음식이자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했다. 식당에서 바라 본 포항제철소~동빈내항~영일대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야경은 너무나 환상적이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머지않아 이곳에서 세계적인 불꽃축제도 열리니 한번 더 놀러 오라고 했다.

서울에 사는 후배가 최근 포항에 왔다. 환호동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그를 젊은이의 거리인 일명 ‘쌍사’(쌍용사거리를 줄인 말)로 안내했다. 술집마다 젊은이들이 넘쳐났고, 4만~5만원이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저렴한 가격에 놀랐다. 예전의 호경기 때 불야성을 이루던 모습과는 다소 시들한 분위기였는데도 그는 매력이 넘치는 곳이라고 했다.

포항에는 국내 프로축구단 가운데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축구전용구장(스틸야드)을 갖고 있다. 이 곳에서 경기를 한번 보고 나면 다른 경기장에서는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관중석에서 손을 뻗으면 선수와 손을 맞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울산 문수구장이나 서울 상암, 대구 월드컵, 수원 월드컵구장 등에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다. 포항은 이런 멋진 축구장을 갖고 있다. 포항이 왜 매력적인 도시인가를 더 나열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