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효 선

강원도 정선 산중 세 칸짜리 투망집

정지문 한쪽 비스듬히 걸려있고

안방 여닫이 싸리문 거미줄이 내려앉았다

산중살림 산골 칼바람에 흔들리고

투망집 뒤켠으로 탱자꽃, 달빛 탱자꽃

일제히 흔들린다

탱자나무 가시처럼 모진 살림살이

지아비는 서른 해 전

바람처럼 떠돌고

예전처럼 탱자꽃, 달빛 몸 안 가득 품고

꿈처럼 흐르던 봄날, 이토록 짧은지

탱자꽃 환하게 문풍지 흔들던

지아비 너른 등짝

으스러지게 안기던, 탱자꽃도 환한

봄날

시인은 가슴 아린 풍경 하나를 건네고 있다. 서른 해 동안 바람처럼 떠도는 지아비를 기다리며 첩첩산중에서 모진 생을 이어가는 한 여인을 보여주고 있다. 여인의 투망집 뒤란에 핀 탱자꽃은 지아비의 사랑처럼 환하게 피어 그리움을 더해주고 있음을 본다. 탱자꽃 환하게 핀 봄밤은 여인의 한 맺힌 가슴속에도 피어나 미치도록 그리움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가슴 아픈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