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350원 결정 따른 입장차에 저마다 반발
소상공인 “폐업 위기”… 노동계 “소폭 올라 실망”
소득주도성장 속도조절론 등 후폭풍 상당할 듯

내년 최저임금이 진통끝에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됐으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물론 노동계와 경영계도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관련기사 3·4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새벽 정부 세종청사에서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2019년 최저임금을 8천350원으로 의결했다.

국내 최저임금 30년 역사상 8천원대에 접어든 것은 처음이다.

월급(주 40시간 기준, 월 209시간)으로 환산하면 올해보다 17만1천380원이 오른 174만5천150원이다.

최저임금액 결정과정은 결코 순탄치 못했다.

최저임금 결정 직전에는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제 실시가 부결되자 사용자위원 전원이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사용자위원이 끝내 회의에 불참하자 한국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들만으로 최저임금액을 결정했다.

근로자 안(8천680원)과 공익 안(8천350원)을 두고 표결에 부쳐져 근로자 안 6표, 공익 안 8표로 공익 안으로 최저임금이 확정됐다. 인상 폭은 지난해(16.4%)보다 5.5%포인트 낮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등 부작용을 두고 논란이 잇따르자 최저임금위가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2일 최저임금 인상에 관해 “2020년까지 1만원을 목표로 가기보다 최근 경제 상황과 고용 여건,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 시장에서의 수용 능력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어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중인 문재인 정부의 수습이 주목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은 생존권이 달려있는 문제인 만큼 목숨을 걸고 맞서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용자위원 불참 속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뒤집힌 운동장’에서 벌어진 최저임금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잘 짜인 모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절차·내용적 정당성마저 상실한 ‘일방적 결정’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불과 1년 만에 29%나 올랐는데, 과연 1년 만에 매출이 29% 이상 늘어난 소상공인 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관계 당국에 묻고 싶다”며 “소상공인들은 폐업이냐 인력 감축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으며, 정부의 방치 속에 비참한 현실을 스스로 헤쳐나가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호소했다.

대책마련도 부실하다. 20대 국회에서 소상공인 등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수십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계류된 채 잠자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5년까지인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10년까지 연장하거나 권리금 보호를 전통시장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가맹본부가 진행하는 판촉행사의 사전동의를 의무화하는 등 가맹점주들을 본사의 갑질로부터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 상권 특성에 따라 침체된 지역은 지원하고, 과열된 지역은 계약갱신청구권 연장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지역상권 상생발전법’등이 모두 처리되지 않고 있다.

경영계에서도 강력한 반발의사를 드러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미 영세기업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최저임금을 추가 인상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업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경영자총연합회도 “어려운 경제여건과 고용 부진 속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와 비교해 10.9%나 인상된 금액으로 결정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노동계에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됐다고 자체 분석하며 대폭 인상을 요구해온 만큼, 이번 최저임금 상승 폭이 지난해보다 낮은 것은 속도조절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한 한국노총은 8천680원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대해 “대기업·하청·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한 관행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 최저임금은 다음달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로 확정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노·사 어느 한쪽이 노동부 장관에게 이의 제기를 할 경우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박동혁기자

    박동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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