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도 더운 여름날에는 평소보다 적게 일했다는 기록이 있다. 1895년(고종 32년) 관보를 보면, 조선시대 관리의 집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그러나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는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로 기록하고 있다. 에어컨이 없던 그 시절을 상상하면 여름나절 관리들의 근무시간을 줄여야 했던 것은 인지상정의 판단이라 할만하다.

쉰다는 뜻의 한자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댄 모습이다. 일하다 잠시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에겐 휴식이란 본능적 욕구처럼 반드시 있어야 할 필요충족 조건이다.

바캉스(vacance)는 프랑스말로 휴가를 뜻한다. 국민소득이 늘고 산업사회가 발달하면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올 여름도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찾아 휴양지로 떠난다.

문체부가 조사한 ‘2018년 하계휴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5.2%가 여름휴가를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82.6%는 국내 여행을 계획한다고 했다. 또 1인당 국내 여름 휴가비로 평균 25만9천원을 지출할 거라 했다. 휴가기간은 2박3일이 40.9%로 가장 많았다. 85.5%가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 사이 휴가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자 별로는 7월 28일이 20.3%로 가장 집중됐다.

어느 결혼상담 기관의 조사에서는 혼밥과 혼술족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혼자 휴가를 떠나는 혼휴족도 올해는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휴가가 ‘바캉스’란 말로 일반화된 배경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먼저 휴식 개념의 제도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주 40시간 근무제나 1년에 1개월 유급휴가제도 정착 등 프랑스 사람들은 바캉스가 프랑스 사람의 생활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믿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휴가 개념이 보편화됐다. 휴가는 생활의 활력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다. 모처럼 맞는 휴가철을 맞아 몸과 마음과 정신을 깨끗하게 하는 쉼의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느낌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