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제 견인 성서산단 가동률 70% 선 고작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여파에 내수도 위축
근로자들도 “실질 수입만 줄 것” 위기감 토로

▲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 불황으로 성서공단 내 한 중개업소에 공장 매매·임대 등 매물이 빼곡히 게시돼 있다. /심상선기자

“공장 임대·매매 합니다”

대구시내에서 서쪽으로 가다 남대구 지하도 입구에 들어서면 좌우로 중고차시장이 죽 늘어서 있다. 이곳을 지나면 바로 닿는 곳이 ‘성서산단’(성서산업단지)이다.

성서산단은 지난 1980년대부터 대구지역 경제를 이끌다시피해오고 있다. 대구지역 공단이 돌아가는 대표적인 모습을 여기서 볼 수 있다.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여파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시장 불안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성서산단에 입주한 2900개 입주 업체의 가동률이 70%선에 그치고 있다. 가동이 여의치 않은 공장들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공장 부지를 임대하거나, 매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 11일 둘러본 성서산단에는 여기저기 공장 임대나 매매를 알리는 가로펼침막이 내걸려있는 것은 물론 주변의 부동산중개업소에도 매물로 나온 공장이 수두룩했다.

공장 매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년 전만 해도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거래가 됐는데 지금은 매물이 쏟아지기만 하고 매수의사를 밝히거나 공장을 알아보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공장 부지를 구하려는 수요자들이 산단의 경기를 고려하면서 매물가가 더 떨어지길 관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업을 물려받아 섬유 중간재를 생산하는 섬유업체 A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고민을 했는데 근로시간단축 시행이 적용되면 더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조만간 직원들과 협의해 공장을 직원들에게 임대하거나 처분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한 때 ‘스타기업 300’에 이름을 올린 대구지역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표 B씨는 “최저임금 인상 시행 이전인 작년부터 해외 공장 이전이나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면서 “가족처럼 지내온 직원들과 상의해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B씨는 “가업인 만큼 계속 기업을 이어가려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동 생산성이 양호한 베트남 등 동남아 쪽으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수년 동안 공장을 운영한 C 업체의 대표도 “유지가 어려운 큰 규모의 업체는 궁여지책으로 법 적용을 늦추기 위해 공장을 쪼개는 분사(分社)까지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려 하지만 이런 편법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성서산단 근로자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손에 쥐는 돈이 예년보다 줄었거나 줄어들 걱정은 차치하고 공장이 해외로 옮겨가거나 폐업할 경우 닥칠 실직 위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조립금속업체에 근무하는 한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시행은 임금인상보다 줄어든 근로시간 등으로 실 수익은 더 줄어들었다”면서 “대리운전같은 아르바이트를 알아보았지만 근무와 병행하기는 어려워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성서산단 주변의 자영업자들도 일정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 인근 식당도 평균 매출이 줄어들어 서빙 직원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수년간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해 온 이모(64)씨는 “점심식사 배달을 가면 업체마다 어렵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며 “이곳 경기가 어렵다보니 식사가격도 올릴 수 없는 입장에서 매출마저 떨어져 어쩔도리 없이 있는 직원을 줄였다”고 말했다.

성서산업관리공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단 내 공장 가동률은 71.84%로 지난해 4분기보다 0.59% 포인트 줄었다. 성서산단의 총 생산액 역시 3조8천265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1천734억원(4.33%)이 감소했다. 성서산단 근로자의 수 역시 지난해보다 1천여 명 줄었다. 특히, 조립금속과 전기전자, 섬유 등 제조업분야가 특히 부진해 생산차질과 함께 납기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관리공단 관계자가 귀띔했다. 산단 관계자는 “공단 입주기업 대부분이 경기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하소연을 한다”며 “최저임금인상, 내수부진, 인력난 등이 경영의 애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가동 부진 등 어려움은 성서산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시내 다른 공단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각 공단의 가동률은 3공단 70%, 달성4차산단 75% 등으로 비슷한 처지로 드러나고 있다.

한편,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주당근로시간 52시간이 적용이 지난 1일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또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5∼49인 사업장은 오는 2021년 7월 1일부터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

/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