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BR>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국민총화, 일치단결’이 미덕이었다.

나라가 어렵다는 생각이 깊었던 나머지 다른 생각을 허용하는 아량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나라가 일러주는 생각과 다른 목소리가 들리면 이를 불편하게 여기며 불러다 처벌을 일삼기도 하였다. 조금이라도 다른 뜻이 번져가면 나라의 담장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거라는 엄포가 공공연하게 연출되었다. 끝내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는 이들은 결국 우리 사회에서 쓸어내듯 사라져 가기도 하였다. 그렇게 해야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고 나라가 발전할 것이라고 하였다. 정권마다 조금씩 빛깔이 다르기는 했지만 나라의 리더십을 형성한 사람들은 거의 누구나 획일적인 사고와 일치단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그리 한 끝에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같은 생각만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정말로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었는지 다시 새겨보아야 한다.

겉보기로는 깔끔할 것이다. 잡소리들이 들리지 않을 것이므로. 상당 기간 평화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때가 이르기 전까지 대개 조용히 지낼 것이므로. 그런데 혹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는 보았는지. 사회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여 좋은 생각이라도 다르다는 까닭에 표현조차 못한다면 얼마나 어두운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인지. 다른 생각이 반드시 틀린 생각은 아닐 터에, 이를 담아내지 못하는 사회가 건강한 마당인지. 표현과 언론을 자유롭게 유지하려는 헌법의 참 뜻은 무엇인지. 사람의 생각을 과연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인지.

우리는 안다. 생각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그 생각을 자유롭게 내어놓고 서로 견주며 함께 다듬어 가는 것이 더욱 슬기로울 것임을. ‘생각의 시장(Marketplace of Ideas)’은 마치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과 같아서 내어놓은 생각이 쓸모없을 양이면 자연히 도태되게 되어있다. 별 볼 일 없는 물건이 팔리지 않듯이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생각도 스러져 가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에 관하여 조금 더 여유로워져야 하지 않을까. 더욱 폭넓게 허용하여야 하지 않을까. 다른 생각을 보다 더 환영하여 함께 생각해 보는 너른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정권이 몇 차례 바뀌었다. 앞으로도 출렁거림은 있을 것이다. 권력을 잡았다 하여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습관은 이제 조금씩 내려놓았으면 한다. 우리 생각과 반대켠에 서 있는 이들의 마음도 담아가며 바라보았으면 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도 부단히 대화하고 소통하며 공동체가 자라갔으면 하는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포기하며 공동체를 운영하다가는 반드시 화를 당하게 되어 있다. 이를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목격하지 않았던가. 모든 이를 만족하게는 못하더라도 모든 이의 생각을 들어가며 걸어갔으면 한다. 생각을 무시당하면 마음이 무너진다. 무너진 마음이 쌓이면 공동체도 스러진다. 내가 옳은만큼 남에게도 진정성이 있음을 신뢰하기로 하자. 선거로 뽑힌 당신들이 성공하기를 빈다. 그 성공은 유권자들의 성공이 되어야 함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당신의 임기가 다하는 날까지, 당신의 힘과 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당신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에는 더욱 각별한 마음을 써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공동체의 소리이며 유권자의 바람일 수 있을 것이므로. 세월이 흐를수록 자라가는 공동체를 기대하고 싶다. 똑같은 헛수고를 4년마다 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어진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 다른 생각에 그 힌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