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창 환

몇 마리 개미들이 빠져나온다

세월이 부식시킨 틈새

헐거워진 시멘트와 철근이 갈라서고

오래 다물었던

소리들이 빠져나온다

완강한 것들은 그 무엇도

품지 못한다 비로소 숨쉬는 것들은

참으로 오래 견뎌온 것들이다

저 좁은 틈새마다

집들이 들어서고 해와 달이 뜨고

오래 삭은 냄새들이 굳어간다

벌어져가는

상처만이 따뜻하게 모든 것을 품는다

생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 그윽하고 깊다. 시멘트 갈라진 틈새에서 기어나오는 개미떼를 보고 인간의 삶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 한 생이 평안하고 풍파와 시련이 없을 때보다 난관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혹은 상처로 아파할 때 진정한 생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