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권력을 무시하고 짓밟는 행위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9일 주민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한 영양경찰서 고 김선현 경감 빈소를 찾은 김 장관은 이렇게 말하고 공권력 강화대책을 추진할 뜻을 비쳤다.

경찰관이 사건 현장에 출동해 흉악범과 대치하다 다치거나 심지어 숨지는 사고는 빈발하다. 이때마다 정부는 공권력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으나 여전히 공권력은 권위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사후약방문식 대응만 반복하던 가운데 발생한 김 경감의 갑작스런 순직은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과연 우리의 공권력은 언제 국민에게 믿음을 줄 것인지 궁금하다.

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공권력이 경시되는 풍조에 대해 이렇게 글을 올렸다. 그는 공권력 무시행위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꼬집었다. 경찰관을 폭행하고 대항하더라도 법원에 가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 경찰을 만만하게 본다는 것이다. 직무집행에 관한 법과 규정의 비현실화도 문제점이라 했다. 그리고 경찰의 인력부족 등이 엄정한 법 집행의 걸림돌이라고 보았다.

경찰에 따르면 경북도내만 해도 공무집행 방해 건수가 해마다 수백 건씩 발생한다. 전국단위의 수는 짐작하고도 남겠지만 지난 3년간 공무집행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경찰이 1천400여 명에 이른다고 하니 우리의 공권력은 체면이 구겨진지 오래라 할 수 있다.

음주 끝에 단속 경찰관을 때려도 훈방이나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취객난동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과잉대응 논란이 벌어지면 경찰관이 처벌을 받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과잉대응 시비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공권력 집행에 소극적이다.

이번에 순직한 김 경감도 가해자를 상대로 테이저건을 사용치 않고 흥분된 상태를 가라앉히려 설득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경우다.

지금 김 경감의 순직사고를 계기로 공권력 집행의 제도 개선과 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경찰관들의 탄원이 봇물 치고 있다. 칼 휘두르는 죄인에게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공권력에 많은 경찰관이 실망과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공무집행 방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과는 맞지 않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경찰관의 무장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범죄자의 인권보다 공권력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제목의 글도 떴다.

공권력 경시풍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한 사고와 비판도 거듭됐다. 이제 더는 이 문제를 일과성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 공권력이 힘을 잃게 되면 공권력을 믿고 법을 잘 지켜온 선량한 국민들이 받아야 하는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공권력의 빠른 회복을 기대한다.